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가 2060년에 국가가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빚의 크기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53%에서 81.1%로 절반 가까이 축소 왜곡한 것으로 4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왜곡이 문재인 전 대통령 주재 청와대 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에 관해)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홍 전 부총리의 지시를 받은 기재부 공무원들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서도, 이것이 사실상 ‘조작’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감사원이 4일 공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0년 9월 2일 “2060년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4.5~81.1%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문 정부가 빚을 져 가면서 정부 지출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던 때였다. 국가채무비율은 2016년 말 36%에서 2021년 말 46.7%로 악화됐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이런 식으로 돈을 쓰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이 앞으로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치는 축소 왜곡된 것이었다. 기재부가 2020년 6월 최초 계산했을 때는 2060년 채무비율이 298%로 치솟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정부 지출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줄인다고 가정해 채무비율이 111.6~168.2%가 될 것이라는 새 전망치를 만들어냈다.

그래픽=김현국

홍 전 부총리는 7월 8일 문 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회의 후 기재부 실무진에게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가) 사회적 논란만 야기할 소지가 있다.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고 신경 써 주기 바란다”는 ‘청와대 코멘트’가 전달됐다.

기재부 실무진은 다시 계산해 7월 16일 홍 전 부총리에게 ‘129.6~153.0%’를 보고했지만, 홍 전 부총리는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과 달리 ‘정부 지출이 증가하는 속도를 경상성장률(명목GDP 성장률)에 맞추라’는 방법까지 지시했다. 이는 미래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만 달성 가능한 것이다.

실무진의 반대에도 홍 전 부총리는 7월 21일 문 전 대통령에게 “두 자릿수로 만들겠다”고 재차 보고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결국 ‘64.5~81.1%’로 최종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 전망치는 곧바로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해 9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전망은 ‘어느 정도 조정’을 가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전 기준에 따른 예측에 의하면 200~220%까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당시 기재부 실무진의 업무용 PC와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해 보니, 실무진끼리 “IMF가 우리가 ‘주작’(조작을 뜻하는 속어)을 했다는 것을 최대한 에둘러 비판했다” “자괴감이 든다” 고 말한 내용이 나왔다. 이들은 감사원 조사에서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너무나 상반되는 가정을 한 것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공직에서 물러난 홍 전 부총리가 향후 재취업과 포상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그의 비위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고, 홍 전 부총리의 지시를 받아 실무진을 압박한 기재부 간부들에게는 주의를 주라고 기재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