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공무원 10명 중 3명 꼴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용한 사직이란, 실제로 사직을 하지는 않으면서 최소한의 업무만 하겠다는 태도로 직장을 다니는 것을 뜻한다. ‘내게 주어진 기본 업무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7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2022년 5~6월 중앙행정기관 소속 일반직 공무원 1021명을 대상으로 가치관 조사를 했다. 연세대 행정학과 연구진이 이 조사 결과를 추가로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응답자의 32.52%(332명)가 ‘조직이 원하더라도 추가적인 직무를 맡을 용의가 없는’ 조용한 사직 상태였다. 이들을 둘로 나눠 보면, 전체의 25.66%(262명)는 공직을 그만두고 이직할 생각이 있으면서 당장은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었다. 6.86%(70명)는 공직을 실제로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조용한 사직 상태로 주어진 일만 하고 있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수록 조용한 사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공무원들은 ‘상급자들의 모순적인 요구나 지시를 받는다’ ‘공식적인 업무 책임과 가치간의 차이로 내적 갈등을 겪었다’ ‘담당 업무의 책임 범위가 불분명하다’ ‘담당 업무와 책임이 과중하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공공에 봉사하겠다는 동기가 강한 공무원, 조직이 성과에 대한 보상을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보는 공무원은 조용한 사직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었다. 또 나이가 많은 공무원일수록 조용한 사직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었다.
연구진은 “공무원을 선발할 때 높은 공공 봉사 동기를 지닌 지원자를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공무원들이 공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공공 봉사 동기를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공무원들에게 (공공에 봉사한다는 보람과 같은) 내재적 보상뿐 아니라 승진, 보수 등 외재적 보상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20·30대에서 조용한 사직 행태의 발생을 낮추기 위해서는 해당 세대에 적합한 성과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이달 8일 발간한 ‘한국행정연구’ 33권 2호에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