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에 구인 게시글이 붙어 있다. 이날 정부는 다음 달부터 대다수 음식점에 외국인 근로자를 주방 보조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업 고용 범위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고운호 기자

다음 달부터 한식당 외에 중식·일식·서양식 음식점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주방 보조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3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업 고용 범위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제과점과 피자·햄버거·치킨·분식업 등을 제외한 대다수 음식점에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고, 다음 달부터 고용허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경제 현장의 인력 부족이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일정 기간 채용 공고를 했으나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음식점 업주들은 고용센터에 외국인 고용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고용센터는 요건을 갖춘 음식점을 선별해 외국인을 알선해준다. 업주가 채용할 외국인을 고르면, 고용센터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한다. 해당 외국인은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고 입국해 3일간 교육을 받은 뒤 음식점에서 일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미 일부 음식점에 대한 외국인 고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당시엔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도시 지역 100곳에 있는 음식점, 그중에서도 한식당에만 외국인 고용이 허용됐다. 음식점을 연 지 5년 또는 7년이 됐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 있었다. 그랬더니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음식점이 거의 없어, 음식점업계의 인력난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한을 풀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상 치우기, 설거지 같은 주방 보조 업무만을 맡기기로 했다. 홀 서빙은 불가하다. 또 제과점과 피자·샌드위치·햄버거·토스트·치킨·김밥·분식·아이스크림 전문점 취업도 불허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국인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분야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개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업주의 음식점업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유지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음식점이 폐업할 경우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다”며 “안정화된 음식점만 채용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산업의 인력 부족을 덜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왔다. 국내 취업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52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전문 인력이나 재외 동포를 제외하고 32만여 명(약 60%)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와 있다. 그동안 이들은 제조업과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등에만 취업할 수 있었고, 서비스업에는 거의 접근할 수 없었다.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가 20만개를 넘어서고, 서비스업에서도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와 서비스업의 외국인 고용 허용 범위를 늘렸다. 지난해 폐기물 처리업과 식품 도매업, 식육 운송업, 택배 상·하차 등에 외국인 고용이 허용됐고, 올 들어선 호텔·콘도처럼 일반 고객을 대면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까지 허용됐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와 아이 돌보미 시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외국인 고용 확대 정책의 결과로 올 상반기 기준 빈 일자리가 11만9000개까지 줄어들었다고 보고, 앞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일하려 하지 않아 일자리 잠식 우려가 없는 분야가 여럿 있다”며 “이런 업종·직종을 정밀하게 가려내 외국인 고용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