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간부의 사망과 관련해,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9시 50분쯤 세종시 종촌동 한 아파트에서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김모(51) 부이사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부이사관의 사망에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봤다. 김 부이사관은 지난 3월부터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를 맡아, 영부인 가방 수수 사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헬기 이송 특혜 의혹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민원 청부 의혹 사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김 부이사관은 주위에 이 사건들의 처리와 관련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김 부이사관이 영부인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업무 처리를 강요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진상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김 부이사관의 직속상관인 정승윤 부위원장을 직권 남용과 강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 부위원장은 13일 본지 통화에서 “고인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순직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들을 마무리하는 대로 거취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날 김 부이사관의 순직 인정과 유족 지원,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전담반을 구성했다. 권익위는 김 부이사관의 공무상 재해 처리에 속도를 내, 2~3개월 안에 순직 처리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게 되면서 우리 직원들이 너무 위험해졌고, 나도 직원들이 다칠까봐 노심초사했었다”며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 고인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김 부이사관을 비롯한 권익위 직원들이 영부인 가방 수수 사건 처리와 관련해 압력을 받았다는 야당 주장에 반박했다.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는 (권익위원 15명이 전원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합의제 기구이지, 사무처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사무처의 김 부이사관과 실무자들은 전원위원회에 영부인 가방 수수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적 쟁점을 검토해 전원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도 각 쟁점에 대한 사무처의 판단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을 종결하는 것과 수사기관에 송부하거나 이첩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적절하다고 보는지에 관해 아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그러나 지금 이 사건의 처리 과정에 대해 권익위가 구체적으로 밝히게 되면 유족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결론을 내면 그때 이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모두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