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건물. /뉴스1

감사원이 MBC 최대 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MBC의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최근 의결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주의를 주고, ‘앞으로 MBC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촉구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이 2022년 11월 “방문진이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MBC의 방만 경영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관리·감독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감사를 청구해 시작됐다. 이에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제기한 방문진의 관리·감독 소홀 의혹 6가지 중 다수가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MBC의 방만경영 의혹은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사업 투자로 100억원 이상 손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투자 수익금 미회수 메이저리그 월드 투어 무산으로 수십억 원 방송권료 손실 자회사 3곳(MBC플러스, MBC아트, 대구MBC) 대규모 손실·지출 등이다.

방문진의 MBC 관리 지침에 따르면, MBC와 MBC 관계사는 중요 자산을 취득하거나 중장기 투자·개발 계획을 시행하기에 앞서 방문진과 사전 협의를 하거나 방문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MBC는 이런 지침을 지키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냈고, 방문진은 이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MBC 경영진이나 투자 책임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을 검사해 지난해 8월 내놓은 결과와 상당 부분 겹친다. 당시 방통위는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으나, 법원이 권 이사장의 해임 취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권 이사장은 직을 유지했다. 권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지난달 12일로 만료됐고, 방통위는 ‘2인 체제’에서 방문진 후임 이사들을 선임했다. 그러자 권 이사장이 다시 법원에 후임 이사 임명 집행 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이 최근 이를 받아들이면서 권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들이 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에 피감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감사 거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자료 제출과 진술을 무단으로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사에 불응했다며, 그 행태도 감사 보고서에 기재하기로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