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람권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팔면 앞으로는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지고 수익은 전액 몰수될 수 있다. 가수 임영웅 콘서트 입장권의 암표 가격이 500만원이 치솟는 등 공연계 전반에 암표 거래가 확산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연·스포츠 경기 입장권 부정 거래 근절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문체부는 권익위 권고를 수용해, 내년 9월까지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
공연 관람권 암표 판매는 현행법으로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다음 달부터는 스포츠 경기 입장권 암표 판매도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를 돌려서 얻은 관람권·입장권을 웃돈을 얹어 팔았다는 것이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매크로가 아닌 통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한 관람권·입장권이라면 아무리 많은 웃돈을 얹어 팔아도 처벌되지 않고, 매크로를 돌려서 얻은 관람권·입장권이라도 매크로를 돌렸다는 사실을 수사 기관이 입증하지 못하면 역시 처벌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모든 암표 판매 행위는 관람권·입장권 가격을 상승시켜 국민의 공연·경기 관람 기회를 축소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매크로를 이용해 획득한 관람권·입장권을 판매하는 행위에 한정해 처벌할 필요성이 적다”고 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문체부에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관람권·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를 매크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권익위의 방안은 개인이 관람권·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을 전부 다 처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권익위는 상습적으로 또는 ‘영업으로’ 관람권·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판 경우만을 처벌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개인이 어쩌다 쓰지 못하게 된 관람권·입장권에 약간의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는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람권·입장권을 상습적으로 또는 영업으로 팔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관람권·입장권을 여러 개의 ID를 이용해 예매했거나, 웃돈을 얹어 재판매한 적이 여러 번 있다거나, 여러 좌석 분량을 재판매했거나,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기간인데도 취소하지 않고 재판매한 경우에는 상습·영업으로 관람권·입장권을 되판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예매가 시작된 직후 곧바로 관람권·입장권을 재판매한 경우도 처음부터 관람을 위해 예매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암표 판매로 처벌될 수 있다.
권익위는 또 암표 판매에 대한 형량도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강화하고, 암표를 팔아 얻은 수익은 몰수하거나 추징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익위는 한편 “현행법은 부정 판매의 기준을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는 금액으로 재판매한 경우로 보고 있는데, 실제 관람객들이 구입한 가격은 무료입장권이나 초대권, 카드사 할인 구매 등 개인마다 제각각이라 단속 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부정 판매 가격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익위는 관람권·입장권 재판매에 웃돈을 얹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자신이 구입한 가격’에서 ‘정가’로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암표로 인한 입장권 가격 상승은 실수요자인 국민의 관람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문화체육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올바른 공연·스포츠 경기 문화가 조성돼 일반 국민에게 고른 여가 활동 향유 기회가 제공되고, 문화체육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