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종합상황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료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설 연휴에는 하류 평균 3600여 개 병·의원이 문을 열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두 배 이상 많은 하루 평균 8000개의 병원이 환자들을 맞기로 했다”며 “우리 의료 상황이 어렵지만, ‘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재의 의료 상황과 추석 연휴 대책을 국민에게 브리핑했다. 한 총리는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우리 의료 상황이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남아 계신 분 상당수가 피로를 호소하고 계신다”면서도 “정부가 꼼꼼히 돌아보고 점검한 우리 의료 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아직 단단하게 해내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추석 연휴에 지난 설보다 2.2배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기로 한 것에 대해 “이는 정부의 독려로 억지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력 있고 심지 굳은 의료인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환자 곁을 선택해주신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격무를 감당하며 병원을 지탱하고 계신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선생님의 공로도 정부는 잊지 않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추석 명절을 안전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에게는 “큰 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시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까운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해 달라”며 “해당 병·의원에서 환자 용태를 살펴 중증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큰 병원으로 모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 119, 129로 전화하시거나 ‘응급 의료 포털’ 또는 ‘응급 의료 정보 제공’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확인하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출범하기 오래 전부터, 응급실을 포함한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체계가 수십 년 누적된 모순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며 “정부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어 의료 개혁에 착수한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에게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은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상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개혁”이라며 “정부는 의료계가 오해를 풀고 의료 개혁의 파트너가 되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과 정책 내용에 대해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주면, 정부는 얼마든지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 개혁에 의료 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한 총리의 ‘추석 연휴 응급의료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전문.

한덕수 국무총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래 못 본 분들을 뵐 수 있는 정다운 명절이지만, 가족 중에 연로한 어르신이나 아기를 가진 분, 혹은 몸이 약한 아이가 있어서 급하게 병원 갈 일이 생길까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불편과 불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의료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결단한 것도 바로 그래서였습니다.

우리 정부가 출범하기 오래 전부터 응급실을 포함한 우리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체계는 수십 년 누적된 모순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 스스로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면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국민 여러분, 모든 개혁이 어렵지만 의료 개혁은 특히 고통스럽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직업이 비상시에 그 일을 대신 맡아주실 분들이 계십니다만, 의사 대신 환자를 살려주실 분들은 안 계시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대 정원을 줄인 뒤 오랫동안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하고 동결하여, 평소에도 다른 나라보다 의사 수가 부족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련병원을 떠받쳐온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떠난 지 반 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의료 상황이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남아 계신 분들 상당수가 피로를 호소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일각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정부가 꼼꼼히 돌아보고 점검한 우리 의료 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아직 단단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설 연휴에는 하루 평균 3600여 개의 당직 병‧의원이 문을 열었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하루 평균 약 8000개의 당직 병‧의원이 환자들을 맞기로 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독려로 억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실력 있고 심지 굳은 의료인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전공의 없이 응급실을 지키고 계신 교수님께서 “명절에 응급실이 더 바쁜 건 당연하다”면서 “이런 상황이 힘들었다면 응급의학과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전국 150여 개 분만 병원이 모든 분만은 응급이라면서 이번 추석 연휴에 병원 문을 열고 환자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대한분만병의원 협회 회장님께서는 필수 의료 의사는 돈 벌려고 의사된 사람이 아니라면서, “의사 면허를 갖고도 아픈 환자를 외면하고 휴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두려워하시는 것은 ‘의료계 블랙리스트’가 아니었습니다.

필수 의료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자부심으로 살기 때문에 병원을 연다고 비난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단지 두려운 것은 산모의 고통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분들이 계시기에 대한민국의 의료는 강합니다.

환자 곁을 선택해주신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격무를 감당하며 병원을 지탱하고 계신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선생님의 공로도 정부는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는 환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진의 격무를 덜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 여러분께서 추석 명절을 안전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운영하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여 응급 의료 체계 유지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정부는 추석 연휴 전후 한시적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하여 의료인들의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겠습니다.

특히 중증 응급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로 인상하고, 신속한 입원과 전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급실 진료 후, 수술, 처치, 마취 등 행위에 대한 수가도 높이겠습니다.

권역,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충분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응급의료센터에 신규 채용 인건비도 빠르고 충분하게 지원하겠습니다.

군의관과 의사, 진료 지원 간호사 등 대체 인력도 최대한 투입하겠습니다. 지자체 또한 단체장 책임 하에 “비상 의료 관리 상황반”을 설치·운영하여,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병원 간 신속한 이송, 전원이 가능하도록 지역 내 협력 체계를 가동하고, 중증 응급 질환 중 빈도는 낮지만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나 시술은 순환 당직제를 통해 공동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전국 409개 응급실에 일대일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여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해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개혁은 익숙한 관성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갈등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정부의 진심을 믿고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상 진료 체계가 이만큼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헌신적인 의료진과 현명한 국민 덕분입니다.

많은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는, 나보다 더 위중한 이웃을 위해 응급실과 상급병원을 양보하는 시민 의식이 절실합니다.

연휴 기간 편찮으실 때는 꼭 큰 병원에 가시기보다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큰 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시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가까운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병·의원에서 환자의 용태를 살펴 중증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큰 병원으로 모실 것입니다.

추석 연휴 기간 119, 129로 전화하시거나, ‘응급 의료 포털’ 누리집 또는 ‘응급 의료 정보 제공’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신속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요 포털의 지도에서도 명절 기간 문을 연 의료기관을 쉽게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일매일 점검하여 정확한 자료를 차질 없이 제공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살면서 한 번도 환자가 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증·응급, 분만, 소아와 같은 분야를 필수 의료로 일컫습니다.

이 분야가 아이와 어른의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의료 체계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수가 체계, 불공정한 소송 제도, 전공의들의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취약한 인력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개혁에 수반되는 고통이 두려워 개혁을 미루거나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빅5 병원 간호사가 근무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안 계셔 돌아가셨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후두염에 걸린 다섯살 아이가 입원을 못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남에서 다리를 다친 30대 가장이 구급차를 타고 충북까지 달리느라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장 중첩증에 걸린 아기가 응급실에 못 가서 숨지는 일이 외딴 섬도 아닌 광역시에서 반복해서 벌어졌습니다.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가 부실해져서 생긴 가슴 아픈 피해입니다.

정부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어 의료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은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상하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개혁입니다.

의사와 환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의료 사고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개혁입니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이끌어 갈 전공의들에게 보다 나은 수련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개혁이자, 전국 어느 곳에 사시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개혁입니다.

의료계 여러분, 정부는 의료계가 오해를 풀고 의료 개혁의 파트너가 되어주시기를 간곡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과 정책 내용에 대해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주시면 정부는 얼마든지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셔서, 의료 개혁에 의료 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추석 연휴, 의료진과 함께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실 경찰과 소방 공무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직 병‧의원과 함께 연휴 비상 진료 체계의 또다른 축을 맡고 계신 당직 약국 관계자들께도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100여명의 복귀 전공의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은 국민을, 환자를, 생명을 선택하셨습니다.

정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 여러분께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추석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그동안 준비했던 여러 대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