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2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공사에서 브로커와 유착해 국고 16억원을 손실한 정황이 적발된 경호처 간부 정모씨에 대해 파면을 요구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호처 부장 정씨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에 방탄 창호를 설치하는 사업의 관리자로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김모씨를 선정했다. 김씨는 경호처 등이 방탄 창호 회사 A사와 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유령 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가 A사에 창호 17억원어치를 납품하는 가짜 계약을 꾸몄다. 유령 회사가 A사에 납품했다는 창호는 실제로 A사가 만든 제품으로 규모도 1억3000만원어치였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는 원가 4억7000만원짜리 공사를 20억4000만원짜리로 만들었고, 차액 15억7000만원을 챙겼다. 정 부장은 공사비가 부풀려진 것을 알면서도 계약을 강행했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김씨에게 경호처가 진행하는 다른 공사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 정 부장이 다른 일감을 맡긴 업체 대표에게는 지인의 토지를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강요한 혐의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정 부장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정 부장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또 대통령실이 용산 이전 관련 공사 과정에서 법령을 다수 위반했다며, 이전 작업 실무를 책임졌던 김오진 당시 관리비서관의 비위 사실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라고도 요구했다. ‘인사 자료 통보’라 불리는 이 조치는 징계해야 할 공무원이 이미 퇴직한 경우, 나중에 해당 인사가 다시 임용될 일이 생겼을 때 불이익을 받도록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다. 감사원이 현직 대통령 전 참모에 대해 징계성 조치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업의 시급성, 보안성 등으로 인해 빚어진 절차상 미비점은 점검 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경호처 간부의 비위 행위에 대해선 “직무에서 배제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