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 의료 종합 상황에 관한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추석 연휴 의료 상황과 관련해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위중한 환자를 위해 응급실 이용을 양보해주신 국민들 덕분”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또 “의료 개혁을 괴롭더라도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고위험 산모를 태운 앰뷸런스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통씩 전화를 돌렸다’는 가슴아픈 뉴스가 사라진다”며,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석은 평소보다 응급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반년을 넘긴 상황이라 ‘의료 붕괴’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연휴 기간이 남아 있어 조심스럽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응급 의료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며 “일부의 우려처럼 우리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는 ‘나보다 위중한 환자’를 위해 응급실 이용을 양보해주신 우리 국민들 덕분”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번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작년 추석이나 올 설 연휴에 비해 1만~1만3000명 정도 적었고, 줄어든 분들은 열 분에 일고여덟 분 꼴로 경증 환자들이셨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선생님들은 전공의 일손이 부족해 피로가 쌓인 상태였는데, 국민들이 응급실 내원을 자제해주신 덕분에 부담이 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전국 병·의원들도 일 평균 9000여 곳씩 문을 열고 진료를 분담해주셨다”고 했다.

한 총리는 “다만 정부는 이번 연휴 기간 응급 의료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만족스럽기만 하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슴 철렁한 순간도 몇 차례 있었고, 모두가 힘을 합쳐 큰 사고를 막았다”고 했다. 충북 한 임신부가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을 찾기까지 6시간이 걸린 사례, 광주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남성이 2시간 만에 전북 전주로 옮겨져 접합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례 등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정부는 장차 이런 일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개혁의 비용이 두려워 모두가 미룬 결과, 우리 국민들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구급차 분만 같은 괴로움을 겪게 됐다는 점을 정부는 뼈아프게 자성하고 있다”며 “괴롭더라도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고위험 산모를 태운 앰뷸런스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통씩 전화를 돌렸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사라진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부족함이 많은데도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의 진심을 믿고 의료 개혁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겸손하게 경청하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심지 굳게 나아가겠다. 국민들이 전국 어느 곳에 사시건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이번 추석 연휴에는)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 문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4~17일 나흘간 하루 평균 의료기관 9781곳이 문을 열었고,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5020곳만 문을 연 것에 비해 94.8% 늘어난 것이다. 또 전국 응급실 411곳 중 408곳(99.3%)이 중단 없이 24시간 운영됐다. 반면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9911명에 비해 31.1% 줄었다. 중증 환자 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경증 환자는 30% 이상 줄었다.

조 장관은 “의료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의료 기관들의 적극적인 진료 참여, 응급 의료 현장 의사, 간호사, 직원 분들의 헌신과 노력, 더 필요한 분에게 응급실 이용을 양보하는 국민 여러분의 높은 시민 의식이 함께 작용해, 연휴 기간 응급 의료 체계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작동했다”고 했다.

다음은 한 총리의 페이스북 글 전문.

한덕수 국무총리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추석은 오래 못 뵌 분들을 만날 수 있는 명절이지만, 평소보다 응급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반년을 넘긴 상황이라 ‘의료 붕괴’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연휴 기간이 남아 있어 조심스럽습니다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응급 의료 체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일부의 우려처럼 우리 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나보다 위중한 환자를 위해 응급실 이용을 양보해주신 우리 국민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휴 기간 중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작년 추석이나 올 설 연휴에 비해 1만~1만3000명 정도 적었습니다. 줄어든 분들은, 열 분에 일고여덟 분 꼴로 경증 환자들이셨습니다. 중증 환자 분들도 예년보다 다소 적었습니다.

응급실 선생님들은 안 그래도 전공의 일손이 부족해 피로가 쌓인 상태였는데, 국민들이 응급실 내원을 자제해주신 덕분에 부담이 덜했다고 합니다.

전국 병의원들도 일 평균 9000여 곳씩 문을 열고 진료를 분담해주셨습니다.

쉽지 않은 배려와 자제를 보여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피로를 견디며 격무를 감당해주신 전국 응급실 선생님들께, 그리고 연휴 중에 환자를 봐주신 전국 병의원 선생님들께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119구급대원들과 응급상황실 관계자 여러분, 경찰과 지자체 관계자 여러분의 헌신도 잊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연휴 기간의 응급 의료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만족스럽기만 하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슴 철렁한 순간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만, 모두가 힘을 합쳐 큰 사고를 막았습니다.

정부는 장차 이런 일이 모두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개혁의 비용이 두려워 모두가 미룬 결과, 우리 국민들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구급차 분만 같은 괴로움을 겪게 되었다는 점을 정부는 뼈아프게 자성하고 있습니다.

괴롭더라도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고위험 산모를 태운 앰뷸런스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통씩 전화를 돌렸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사라집니다.

정부가 부족함이 많은데도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의 진심을 믿고 의료 개혁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겸손하게 경청하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심지 굳게 나아가겠습니다. 국민들이 전국 어느 곳에 사시건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귀성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분이 댁에 돌아오실 때까지, 응급 의료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조금 더 힘을 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려운 고비를 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 일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의가 우리나라의 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