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뉴스1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 55억여원을 들여 구축한 전산 시스템에 벌어진 대규모 오류 사태의 배경에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수주가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가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은 2021년부터 ‘패밀리넷’ 등 가족 서비스 관련 전산 시스템 5개를 55억7000만원을 들여 통합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전국의 건강가정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들이 가족 지원 사업을 하는 데 쓰는 전산 시스템이 포함됐다.

통합 시스템은 지난해 4월 개통되자마자 기능 장애를 일으키면서 이른바 ‘먹통’ 논란에 휩싸였고, 가족 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한가원의 사업 담당자 A씨가 이 사업을 입찰 공고하기 전에 미리 B사에 사업 계획서와 제안 요청서 등 입찰 관련 주요 정보를 유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공고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등록된 업체만 응찰 가능’ ‘사업 관리자가 입찰 공고일 6개월 전부터 재직하고 있을 것’ 등의 특별한 조건을 걸었다. 이런 조건은 당시 다른 공공 시스템 구축 사업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은 조건이었다.

감사원은 B사가 A씨로부터 미리 건네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응찰 조건을 맞출 수 있었고, 사업을 쉽게 따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모범 답안’을 미리 갖고 있었던 B사는 기술평가에서도 “사업에 대한 이해도 및 관련 개발 역량 수준에 있어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B사는 실제로는 시스템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핵심 과업 대부분이 이행되지 않았고, ‘가족 서비스 기능 개선’ 등 일부 분야 과업에선 한가원이 요구한 기능 180개 가운데 최소 64개가 구현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가원은 B사로부터 “미구현 항목에 대한 구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약속 문서만 받고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것처럼 처리하고, B사에 대금을 전액 지급했다. 그러나 B사는 이후에도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했고, 한가원이 시스템 개통을 강행하면서 먹통 사태가 벌어졌다.

감사원은 A씨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보고 A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한가원에는 A씨의 직속 상관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A씨도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봤으나 A씨가 지난 4월 한가원을 퇴직하고 여가부의 다른 산하 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 이직한 사실을 알고, 한가원에 A씨의 비위사실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에 통보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