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에너지 값이 원가를 반영해 상당한 수준으로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가스요금을 대폭 올려 국민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야 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이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의 40% 정도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줄이라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하지만 그동안 전기요금은 (원가를 반영해 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값은 외국에 비해 굉장히 싸고, 이는 에너지 소비가 (외국보다) 많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5.4% 인상된 이후 2022년 3월에 6.3% 인상될 때까지 9년간 동결됐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 석유·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을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고, 한국전력은 전기를 공급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돼 급격히 부실화했다. 전기요금은 윤석열 정부로의 교체가 확정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차례 인상됐지만, 인상 폭이 불충분했고 한전의 부채는 166조원에서 203조원으로 더 늘었다.
한 총리는 “이제는 에너지 값이 해외 에너지 가격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이 굉장한 정치 쟁점이 돼 버렸고 언론과 정치권이 반대하는 일이 됐다”며 “지금대로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다. 국민적인 논의에 부쳐봐야 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다만 전기·가스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현 체계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전기·가스요금을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국민의 민생도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소비 억제 등) 다른 요인들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모여서 이 (전기·가스요금 인상) 문제에 관해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조직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