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철원

정부가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자녀 1인당 최장 3년의 휴직 기간 전체를 근무 경력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 첫 6개월간은 봉급과 같은 금액을 육아휴직 수당으로 주기로 했다.

인사혁신처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사 자율성 제고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인사처는 “인사 제도 전반을 개선해 출산·양육 친화적인 근무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현재 공무원은 자녀 1인당 최장 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첫째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한 경우에는 이 가운데 1년만 근무 경력으로 인정됐다. 둘째 이하 자녀를 돌보기 위해 한 육아휴직만 전체 기간이 근무 경력으로 인정됐다.

정부는 이를 바꿔, 몇 번째 육아휴직인지와 무관하게 항상 육아휴직 전체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인사처는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 육아휴직을 한 공무원의 근무 기간이 짧게 인정돼 승진에서 손해를 보고, 공무원들이 육아휴직 1년 만에 돌아오거나 출산을 기피하는 문제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무원 육아휴직수당도 대폭 증액된다. 현재는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하면, 평소 받던 봉급과 수당 가운데 수당은 아예 지급되지 않고, 봉급의 80%에 해당하는 금액만 육아휴직수당으로 지급된다. 이것도 상한액이 월 150만원이어서, 봉급이 월 187만5000원이 넘는 공무원은 육아휴직수당이 기존에 받던 봉급의 80%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육아휴직 첫 3개월간은 월 250만원 한도에서 봉급의 100%를 육아휴직수당으로 지급하고, 다음 3개월간은 월 200만원 한도에서 봉급의 100%, 그다음 6개월간은 월 160만원 한도에서 봉급의 80%를 지급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수당 전액을 주지 않고 일부를 나중에 주던 제도도 없어진다. 현재는 첫째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한 경우에는 주어야 할 육아휴직수당의 85%만 제때 주고,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금액은 모아뒀다가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면 일시금으로 줬다. 이러다 보니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소득이 급감해 육아휴직과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는 첫째 자녀 육아휴직의 경우에도 줘야 할 수당 전액을 그때그때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무원이 ‘육아 시간’을 사용한 날에도 공무원의 초과근무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현재는 공무원이 육아를 위해 정규 근무시간 일부를 사용하고 이를 육아 시간으로 처리해 근무시간에서 차감한 날에는, 이 공무원이 저녁에 갑자기 일이 생겨 초과근무를 했더라도 이를 초과근무로 인정해주지 않았고 초과근무수당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제도를 개선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공무원의 시간 외 근무에도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제도 개선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 “공무원 육아휴직과 양육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인사처에 권고한 사항을 인사처가 받아들인 것이다. 권익위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응답자 26.8%가 육아휴직으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9.0%는 육아휴직 기간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불이익을 봤다고 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수당이 적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됐다는 응답자도 10.7%였다.

인사처는 공무원의 육아와 관련해서뿐 아니라 근무 자체를 유연화하는 방향으로도 인사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인사처는 “공무원이 자율과 책임에 따라 인사·복무 제도를 활용하도록 해, 공직 만족도와 생산성을 함께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무원이 사무실 근무와 재택·원격 근무를 같은 날에 병행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사무실 근무일에는 사무실 근무만, 재택 근무일에는 재택근무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근무하는 등 시간대를 나눠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이 허용된다.

또 공무원이 지각(지연 출근)·조퇴·외출을 신청할 때 그 사유를 적어 내야 하는 의무도 없애기로 했다. 개인적인 사유를 적어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줘, 연가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고졸 공무원이 대학 학사학위 취득을 위해 휴직하는 경우에는 최장 4년의 휴직을 허용한다. 현재는 학위 취득을 위한 휴직이 2년까지만 가능해, 고졸 공무원이 중간에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어려웠다.

인사처는 올해 안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이런 제도 개선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 제도 개선안은 국가공무원에만 적용되고, 지방공무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관해 인사처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공무원 인사 제도를 일종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지역별로 시차는 있겠지만 육아 친화적인 인사 제도가 지방공무원에게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