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사원이 감사위원 회의록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 고발을 의결한 것에 대해, 감사원이 25일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받지 못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여당 시절에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관련 감사위원 회의록을 열람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이들이 회의록을 보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놓고 이번에는 정반대로, 감사원이 회의록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을 형사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 24일 법사위는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현장 국정감사’를 했다.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관한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심의·의결한 감사위원회의 회의록과, 감사위원회의에서 다수 감사위원과 다른 의견을 낸 특정 감사위원의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감사원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회의록은 감사위원들의 회의와 심의의 독립성을 존중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회의록 등을 법사위원들이 열람하려면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감사위원 대다수도 ‘여야 합의를 거쳐 회의록을 열람·제출하는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의 회의록 제출 요구가 계속되자 최 원장은 “감사위원회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전제하기 위해서는 회의록 제출이나 열람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야 합의라는, 법에도 없는 조건을 내세워 국정감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최 원장과 최 총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상정했고, 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해 퇴장했다.
감사원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제출할 경우, 감사위원들의 자유롭고 심도 깊은 논의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결국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돼 향후 공정한 감사 수행이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은 “회의록 제출은 법사위에서 교섭단체 간 합의와 의결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열람하도록 해온 오랜 관행이 있고, 이에 따라 여야가 합의해주실 것을 의원들에게 수차례 건의 드렸다”고도 했다.
감사원은 이어서 “그런데도 회의록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사원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한 것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받지 못한 것으로서 유감”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감사와 관련해, 감사위원회의에 상정한 감사 보고서 안(案)과 감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된 감사 보고서 등 열람 가능한 자료를 최대한 비치해 법사위원들이 충분히 볼 수 있도록 했고, 질의에 대비해 감사위원회의 논의에 참여한 감사위원들도 증인으로 참석하는 등 국정감사에 협조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그럼에도 그간 법사위의 관례로 존중돼온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이 미제출된 사실만으로 피감기관장을 고발 의결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감사를 수행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감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도 주장했다. 감사원은 “무자격 업체가 관저 공사에 참여한 사실, 공사 계약 과정에서의 부당 행정 처리, 예산 낭비 및 대통령경호처 간부의 업체 유착 비리와 국고 손실 등을 객관적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통해 명확히 밝혀냈다”고 했다. 또 “드러난 잘못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파면 요구, 수사 요청, 업체 제재 등 법에 의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실 감사’나 ‘숨기기’라는 일부 비난이 있으나, 감사원은 조사된 내용을 감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상세하게 감사 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앞으로도 감사원은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의 책무를 의연하고 성실히 수행하면서, 감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과 왜곡 시도에도 감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단호히 지켜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