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 일정 등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에 유출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이유로 사전 설명 차원에서 주한 중국 대사관 소속 국방 무관(武官)에게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명과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사전 설명한 것과 관련해 해당 군사작전 종료 이후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5월 14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 모습./뉴스1

감사원은 이런 혐의를 수사를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달 초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 등 4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군사작전 내용을 시민 단체 관계자와 외국군(중국군) 장교에게 알려준 것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이날 “감사원이 보내온 자료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대로 사건을 일선 검찰청에 배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장성단의 청구 가운데 일부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부터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국방부·외교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박상훈

사드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탄도 미사일 요격 체계로,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주한 미군의 핵심 무기 체계다. 레이더와 포대,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자국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사드 한국 배치에 강력 반발해 왔다. 유사시 중국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드가 조기에 탐지할 경우 미·중 간 핵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하고, 이듬해 4월 경북 성주군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를 임시로 배치했다. 이후 사드 반대 시민 단체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자, 한미 정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해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취임한 문 전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실시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6개월 안에 끝나는 소규모 평가가 아니라,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드의 정식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10월 22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공사 장비를 반입하려 하자, 일부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 관계자들이 반입 저지에 나서면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5년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2019년 2월 미국이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해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정부와 주민 대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야 했지만,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앞두고 평가협의회 구성을 미뤘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방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행위가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드 정식 배치를 지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2020년 5월 29일 사드 미사일 교체를 위한 한국군과 주한 미군 공동 작전이 문재인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들에 의해 작전 전에 외부에 유출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한미는 그날 밤 기습적으로 수송 작전을 개시해 사드 기지에 있는 노후 미사일 등 장비를 교체하려 했다. 사드 관련 장비 반입을 막는 주민과 시민 단체 관계자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실제 작전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감사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사드 반대 시민 단체 측에 작전 일시를 미리 알려줘, 이들이 반입 저지에 나설 수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막는다며 중국 정부에 여러 차례 ‘사전 설명’을 했다. 2019년 2월 주한 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다음 날에도 문재인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관련 사항을 설명했다.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사전 설명을 했고 이해를 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러한 ‘사전 설명’에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군사작전 내용이 포함되는 등 통상적인 외교적 설명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외교적인 이유로 그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 직후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하지 말고 중·한 관계도 방해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나왔다. 미국도 한국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한 것에 대해 군사작전 이후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문재인 청와대에 근무한 인사는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