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에게 대통령 비서실의 업무 협조 방안을 보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 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등 대통령실 기관들이 법적으로 한 대행을 보좌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대행은 이어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부처별 국정 현안을 보고받고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에는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과 통화하고 “비상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 동맹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한미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이어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민생 안정을 위한 국회와 정부의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한 대행은 전날 7시 24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자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국무위원들에게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당부하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외교·안보 분야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또 우원식 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 비상 운영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새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한국 내 상황과 한미 동맹에 관해 협의하기도 했다.

총리실은 “한 대행은 오로지 국가 기능 유지와 안보, 민생에 초점을 두고 정부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법률안들에 대해 한 대행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이 지난달 28일 강행 처리한 양곡 관리법, 농어업 재해 대책법 등 이른바 ‘농업 4법’과 국회법, 국회 증언 감정법 등 법안 6개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통령 권한이 한 대행에게 넘어가면서 거부권 행사도 한 대행이 결심할 문제가 됐다. 농업 4법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고, 다른 농산물의 가격 하락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한 대행은 양곡법에 대해선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법안’이라며 평소에도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고, 농업 4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건 전 총리가 2004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선례도 있다.

반면 지난 9일 통과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김 여사 특검법은 정부가 위헌적인 내용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반대해온 것이지만,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고 한 대행이 내란 동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이 마지막까지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총리실은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출구 전략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