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양곡관리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를 이번 주 중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판단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또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했다. 총리실은 다음 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 대행의 미국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이 21일까지이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총리실은 오는 19일 또는 20일에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한 것으로, 농업 4법은 쌀값이 떨어지면 국가 재정으로 쌀을 사들이고, 특정 농산물의 가격이 내려가면 생산자에게 차액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개인이나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경우, 개인 정보나 영업 비밀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게 한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선진화법으로 도입된 ‘예산안 부수 법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附議)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방 실장은 이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각 법안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가, 국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며, 특히 “국가 재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 경제 시스템에 왜곡을 가져오지는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 전에 ‘국정 안정 협의체’가 꾸려진다면, 그 협의체에서 (6개 법안이) 충분히 논의되면 아주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 안정 협의체는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여야와 정부가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기구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17일)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가 모이고, 내일(18일) (권성동) 여당 당대표 권한대행과 (이재명) 야당 대표가 만나기로 돼 있기 때문에, 거기서 좋은 결과를 도출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가결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한 대행이 이달 말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거부권 행사 결정) 기준은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이고,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권 대행의 발언과 관련해) 사전에 교감이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임명도)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라는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법적으로는 없다고 지적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행이 외국에 파견하는 대사에 대한 신임장 수여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 파견되는 대사는 본국 국가원수의 신임장을 주재국으로 가져와 제출하고 나서 활동을 시작하는데,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신임 주중 대사로 지명됐고 중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도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실장에게 신임장을 줘야 할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김 전 실장의 부임 절차가 중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신임장 수여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면서도 “과거 권한대행 시절에도 (해외) 공관장 임명은 계속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군 지휘부 인사와 관련해서도 “(국방부) 장관 대행이 있으니, (한 대행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군) 인사 문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행의 방미(訪美)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한 대행이 권한대행이 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