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법률안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이유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거론하는 가운데, 국무총리실은 19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 요구권 행사가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은 어느 법률에 의한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의 요구권은 대통령에게 보장된 헌법상 권한”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은 총리가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은 어느 법률이나 규정에 의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양곡관리법·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행에게 “재의 요구권 행사를 포기하라”고 했다.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는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한 대행이 아직도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당내에서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즉각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오늘 한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재의 요구’”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느 것이 가장 옳은 것이냐를 국회에 다시 한번 의논해주십사 하는 의미에서 한 것”이라고 했다.
방 실장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법안을) 의결해오신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여러 검토 결과 농업 관련 4법은 시장 경제 원리나 국가 미래를 위해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방 실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으로 쌀을 비롯한 농작물에 대해) 시장 가격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가게 되면, 쌀이 과잉 공급돼 나오는 공간에 새로운 부가가치 높은 농작물이 자리 잡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또 “1조원 이상의 재정이 매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민간 보험시장이 성립될 수 없는 조문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방 실장은 “보수 정부뿐 아니라 진보 정부에서도 (농작물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근본적으로 보험으로 처리하고, 보험이 메우지 못한 부분을 정부가 메워주는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방 실장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헌법에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게 돼 있고, 그것을 최대한 지키고자 11월 30일이 지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부수 법안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附議)하는 시스템을 여야가 굉장히 고통을 받으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자동 부의 제도가 없어지면 다시 (연말까지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로 인한 예산 집행 차질은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기업의 영업비밀이 유출되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까지 똑같이 피해를 보게 되고, 그러면 어느 기업이 대한민국에 와서 투자하고 활동하겠느냐”고 했다.
방 실장은 “정부는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6건의 법안을 포함해 국회와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 있다”며 “하루빨리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돼 그 안에서 많은 부분이 논의된다면 여러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6개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수정안이 입법될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물음에 “수정 입법으로 국가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제거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6개 법안에 대해) 정부가 생각하는 여러 대안이 있는데, 거기에 국한하지 않고 국회에서 여러 대안을 내주시면 (법안 공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