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지난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국무회의 참석자가 “대통령 권한을 상의도 없이 행사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는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조기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는 최 대행에게 야당 측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고리로 이면 합의를 한 것 아닌지 캐물었다. 권한대행직 사퇴를 요구한 정부 인사도 있었다. 이에 맞서 일부 국무위원은 최 대행 결정을 지지하면서 설전도 벌어졌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면서 “내가 무리한 일을 하는 것임을 잘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를 마치고 일부 국무위원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회의엔 장관과 장관 직무대행, 정부 고위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복수의 국무회의 참석자 전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국무회의 대화.

그래픽=김현국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권한대행과 여야 간에 어떤 협의가 있었던 것인가.

최상목 권한대행: 내가 결정한 것이다.

장관: 국회 인준도 안 받은 부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매우 우려스럽고 찬성할 수 없다.

대행: 논란은 충분히 감수하겠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 : 이 자리에서 들어야겠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법이 어디 있나. 나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서 확인하고 싶다. 헌법재판관 2명을 최근에 만났나.

대행: (헌법재판관이) 누군지도 모른다.

부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야기한(이면 합의한) 것은 아닌가.

대행: 전혀 아니다. 지난 30일 만났을 때 우 의장이 국회 선출 재판관 후보자 3명 다 임명해 달라고 했는데, 나는 어렵다고 했다. 내가 무리한 일 하는 것 잘 안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이고, 법적으로 문제 있는 것 안다. 무안공항 사고만 아니면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하고 나서 사퇴하려고 했다. 발언이 다 기록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런 말을 하는가.

부위원장: 최 대행이 사직하려고 했다면, 사직하는 것이 맞다.

<일부 국무회의 참석자가 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부당성을 따지는 가운데 최 대행은 내란·김건희 특검 법안 재의 요구안을 의결하고 국무회의 종료 선언을 했다. 그러나 상당수 참석자는 자리를 뜨지 않고 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계속 따졌다.>

이완규 법제처장: 한덕수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를 결정한 것이 법에 맞는 결정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국회를 통제하는 기관이 헌재다. 그래서 헌재에는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이 필요하다. 헌법재판관을 여야 합의로 임명하는 것도 그래서 생긴 관행이다. 이걸 야당이 의석수로 합의 없이 선출을 밀어붙인 것은 문제다. 한 총리는 논란이 있는 부분을 여야가 합의해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그것으로 야당이 탄핵소추를 했다. 이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기각될 것은 명백하다. 총리는 정치적 이익을 노린 것도 아니었고, 대통령을 비호하려던 것도 아니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한 총리 탄핵소추는 정족수 논란이 있다. 헌재에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진행 중이다. 부총리는 잠정적이고 한시적인 권한대행이다. 따라서 권한 행사가 대단히 자제돼야 한다.

최상목 대행: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하다. 나도 며칠 밤새워서 결정한 것이다. 모든 비판은 내가 부족한 탓이다.

김태규 부위원장: 사직서 내겠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하자.

김 부위원장: 여기서 이야기해야지, 왜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하라는 것인가.

장관: 창피한 줄 알아라.

부위원장: 내가 왜 창피한가.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하기 전에 여당과 아무 소통이 없었다. 이런 국무회의를 왜 하는지 회의를 느낀다.

<일부 참석자의 항의가 계속되자 최 대행은 국무회의장을 떠났다. 그러나 다수 참석자는 자리에 남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태규 부위원장: 흥분한 것에 사과드린다. 오늘 이렇게 흥분한 것은, 야당의 잇따른 방통위원장 탄핵으로 방통위가 1년 넘게 마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회의 방통위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따로 말 안 하겠다. 내가 국회에서 살기 위해 때로는 소리 지르고, 때로는 빌고, 인간으로서 받을 수모를 다 받았다. 그런데 야당보다 헌재가 더 서운하다. 야당이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했을 때 헌재가 신속하게 처리했으면 이 상황까지 안 왔다. 그때는 탄핵 심판 첫 기일 잡는 데만 서너 달 걸린다더니,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니까 신속하게 하겠다고 난리다. 광장의 소리 때문에 헌재 결정이 억눌릴 때가 잦다. 이러면 정치권은 계속해서 광장의 에너지에 호소할 것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는 벌써 언론에 다 나간 일이다.

김문수 장관: 최 대행이 굉장히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대행 혼자의 결단이어서, 책임이라도 함께 나눠서 지려면 논의가 필요하다. 임명 발표를 되돌릴 수는 없나. 광장의 여론에 따라 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국무위원들이 의견을 내야 한다.

이완규 처장: 국무회의에 회의를 느낀다. 대통령이 계엄을 하면서도 (국무위원과) 상의 한번 안 했다. 국무회의는 원래 국정을 합리적으로 하라고 있는 자리다. 지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말고는 정권을 바꿀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결정은 국회가 하고 국회가 권한대행에게 누구를 임명할지 설득할 일이지, 왜 권한대행이 하나. 우리 중에 그걸 권한대행과 미리 의논한 사람도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찬반이 있다. 우리가 한 총리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한 총리도 혼자 결단했지만 아무도 뭐라고 안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들고일어나서 최 대행에게 사표 쓴다고 하고, 국무회의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권한대행이 책임지는 자리에서 책임지고 가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이 상황이 어떻게 되나. 이런 게 정리된 뒤에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가 나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무회의

정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로 대통령,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의장, 국무총리가 부의장을 맡고 각 부 장관이 국무위원을 겸한다. 법률안 공포나 재의 요구, 대통령 긴급명령과 계엄 선포·해제, 사면·감형·복권, 주요 공무원 인사 등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위원이 출석하지 못할 때에는 각 부 차관이 대리 출석한다. 대리 출석한 차관은 관계 의안에 관하여 발언할 수 있으나 표결에 참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