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14일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를 통과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최 대행이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난달 31일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이어 세 번째다. 최 대행은 위헌 소지가 있거나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시행한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의 47.5%를 중앙 정부가 3년 더 부담하게 하는 내용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수업료와 교과서비, 학교 운영 지원비 등을 전액 면제해주는 제도로, 문 정부의 대표 공약이었다. 문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례 조항을 만들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각각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47.5%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5%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했다. 지난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 1조9872억원 가운데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39억원, 지자체가 994억원을 부담했다.

현 정부와 국민의힘은 특례 조항이 종료되는 올해부터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고교 교육은 애초에 교육청 업무인 데다,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초·중등교육에 무조건 할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에 따라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교육청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가는 돈은 7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다.

반면 민주당과 각 교육청은 교직원 인건비 등이 늘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유보 통합, 늘봄학교 등에 투입해야 하는 예산 소요 때문에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국고 지원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 대행은 ‘고교 교육은 지방교육재정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국고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애초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교육부 건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13일 이 법안과 인공지능(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최 대행에게 요청했다. 다만 AI 교과서 관련 법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보다 정부로 늦게 이송돼,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이 행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권한이 정지된 이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양곡관리법·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한 총리 탄핵소추로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은 최 대행은 내란·김건희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고교 무상교육 국비(國費) 지원 기간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이후 이 법상 특례 조항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 비용의 47.5%를 부담해왔다. 나머지는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했다. 2024년 말로 국비 지원 특례 조항은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특례를 연장해야 한다며 지난달 31일 개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