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월북하기 전 제임스 드레스녹 일병의 사진. /조선DB

미국 정부가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병의 소재 파악을 위해 접촉하고 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비슷한 선택을 했던 미군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

19일(현지시각)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미군 병사가 자의로 월북한 사례는 이전에도 5~6건 있었다.

첫 사례는 1962년 5월 월북한 래리 앱셔 일병이다. 3개월 뒤 제임스 드레스녹 일병이 월북했다. 앱셔는 대마초 문제가 발각돼 군법회의에 회부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드레스녹도 상관의 서명을 흉내 내 외출증을 위조했다가 처벌받게 되자 월북을 선택했다.

1965년에는 제리 패리시 상병과 찰스 젠킨스 병장이 월북했다. 패리시는 개인적 이유로, 젠킨스는 베트남 전쟁에 차출될 것이 두려워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군 병사들이 자본주의적 삶을 버리고 사회주의 낙원을 택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NK뉴스는 “미군 병사들은 (북한에서의) 첫 몇 년의 상당 부분을 자아비판으로 보냈으며 하루 10시간 넘게 김일성의 지루한 가르침(주체사상)을 강제로 배워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1966년 주북한 소련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고, 북한을 떠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후 북한 선전영화에서 악역 배우를 맡아 유명해졌고, 북한 내 외국어 교육기관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주한미군으로 복무 중이던 1965년 월북해 일본인 납치피해자 소가 히토미와 1980년 결혼한 찰스 젠킨스가 2004년 7월 두 딸과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 2년 전 먼저 귀국한 아내와 상봉한 후 꽃다발을 들고 있다. /조선DB

4명의 월북 미군 병사 중 유일하게 북한을 떠난 건 젠킨스였다. 그는 일본에서 납치된 소가 히토미와 강제 결혼했으며 두 딸을 낳았다. 히토미는 2002년 다른 납북 일본인들과 함께 귀국했고, 젠킨스도 2년 뒤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젠킨스는 “북한이 감시역을 겸한 ‘여성 요리사’를 배정하고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이를 거부하자 드레스녹을 시켜 수차례 폭력을 가했다”고 털어놨다. 이들 여성 요리사는 불임을 이유로 전 남편과 이혼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8년 앱셔의 요리사가 임신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북한 당국은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납치한 여성들을 강제로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앱셔와 패리시는 1983년과 1998년 북한에서 병사했다. 드레스녹도 2016년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1982년 월북한 조지프 화이트 일병은 3년 뒤 북한에서 익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 정착한 젠킨스는 2017년 노환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생전 “나는 너무나도 무지했다”며 “임시 피난처로 찾았던 나라가 말 그대로 거대하고 정신 나간 감옥이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그곳에 가면 거의, 절대로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월북 미군들의 북한에서의 생은 무기형 감옥생활과 다름없었다”고 했다. 태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순수 혈통주의를 강조하는 북한 체제상 북한 여성과 결혼시키는 건 큰 부담”이라며 “그렇다고 예전처럼 외국 여성을 납치해 오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는 “해외여행은커녕 평양 시내도 혼자 나올 수 없고, 상점들에도 자유롭게 갈 수 없다”며 “일부는 납치한 외국인과 결혼해 자녀들을 두었으나 그 자녀들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학급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면 동네에서 외국인이 온 줄 알고 신고하는 일이 잦아 친구 집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ABC 계열 WISN12-TV가 18일 미국 위스콘신 라신에 살고 있는 월북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보도했다. /WISN12-TV 캡처

한편 미국 정부는 다각도로 북한 측에 접촉 중이지만 북한은 어떤 응답도 내놓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리비아 돌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20일 “백악관은 킹 이병의 안위 및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국방부 및 국무부, 유엔, 스웨덴, 한국 파트너들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며 “당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여전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에 킹 이병이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란다는 메시지는 전달했다”면서도 북한이 메시지를 수신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그의 상태를 포함해 어디에 억류돼 있는지, 건강 상태를 전혀 모른다”며 “유감스럽게도 북한으로부터 어떤 응답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