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억류됐다 강제북송 된 탈북여성들이 북한 내 구금시설에 수용돼 가발과 인조 속눈썹 같은 각종 ‘중국산’ 미용 제품 생산에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통일부 '2023 북한인권 상호대화'에서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은 7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재중 탈북민 북송 위기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경제적 시각에서 북한 내 구금시설에서 지속적으로 무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행위”라며 “북한 내 구금시설에선 중국 회사에 납품하기 위한 물품이 저가에 생산되는데 중국 기업들이 북한 난민 착취를 통해 이윤을 얻고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1996 설립된 세계 첫 북한인권 단체다. 탈북민들 증언 수집 등을 통해 수년간 북한 내 구금시설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현황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단체다. 호사냑 부국장은 “강제북송 된 이후 북한 내 구금시설에 수용된 대다수는 여성”이라며 “구금시설은 수감자의 강제노동을 통해 시설을 유지하고 정권에 수익을 제공한다”고 했다.

북한 내 구금시설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조선인민군 등에 의해 운영된다. 이들 기관은 각각의 무역회사를 하부조직으로 두고 있고, 이 회사들은 중국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중간 단계 회사를 중국에 갖고 있다. 호사냑 부국장은 “사회안전성이 운영하는 교화소는 국가보안성이 운영하는 정치범 수용소처럼 광물, 목재, 농산품 등의 생산행위가 이뤄지는 주요 장소”라며 “북한 내 몇몇 교화소들이 중국에서 강제북송 된 여성 수감자를 동원해 ‘중국산’으로 표기된 섬유, 가발, 인조 속눈썹을 생산하는 제조반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이 강제북송 돼 교화소에 수감됐던 여성들에 의해 10년 넘는 기간 지속적으로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2020년 처음 공개한 증산 11호 교화소 위성사진. 북한 교화소 내부에서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2023 북한인권실태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인권단체들이 눈여겨보는 품목은 미용제품들이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 자료 등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서 수입한 가발과 인조 속눈썹 양은 2022년 12월 37메트릭톤에서 올해 4월 121메트릭톤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호사냑 부국장은 “이는 북중 무역의 71%를 차지하는 수치”라며 “북한 구금시설에서 생산되는 가발 및 인조 속눈썹 같은 미용제품, 화장품은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구금시설에서 만들어졌지만 ‘중국산’으로 적힌 제품이 중국을 경유해 한국을 포함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기업이 판매하는 물품 가운데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린성이 생산지로 등록된 물품은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됐을 것”이라고 했다.

호사냑 부국장은 “국제사회가 북중 접경지역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업자들로 하여금 판매 물품이 북한의 노예 노동이나 수감시설 노역을 통해 생산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며 “내년에 예정된 중국의 제4차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 난민 강제북송 정책과 북송 후 구금시설에서의 강제노동에 대한 권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호사냑 부국장은 “중국 기업들이 북한 내 수감시설에서 상당한 생산량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북중 국경 재개방은 중국 억류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가속할 것”이라며 “그 결과 중국 기업의 이익을 위한 심각한 인권침해 및 노동력 착취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행사는 통일부가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인 ‘2023 북한인권 상호대화’의 1차 토론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