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의 통일 포기 선언과 무관하게 정부는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30주년을 맞는 올해 새 통일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며 “새로운 통일 방안 명칭에 ‘자유’를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의 ‘통일 불가’ 노선과 무관하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통일 방안 마련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발표 시기는 미정이지만 광복절이 유력하다.

김 장관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기존의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도 자유민주주의를 통일의 기본 철학으로 반영한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고자 하는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한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 등을 감안해 헌법적 가치를 더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새 통일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자유는 헌법적 가치이자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노태우 정부 때 발표한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발전시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을 내놓았고, 이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으로 지속되고 있다.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은 통일 과정을 화해·협력→남북 연합→통일 국가 완성 3단계로 나눠 설정했다. 통일을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루겠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 1단계 화해·협력 단계에서 실질적 교류 협력을 실시해 평화 공존을 추구한 뒤 2단계 남북 연합 단계에서 남북 간 법·제도적 장치를 체계화하고 3단계에서 단일 국가를 완성한다는 접근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이를 대체할 ‘신통일 미래 구상’을 발표하려 했으나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통일장관 자문 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명칭에 ‘자유’가 들어가는 큰 방향은 확정됐다. 다만 구체적인 통일 방안 명칭과 세부 내용은 위원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전 통일 방안 명칭에서 ‘민족 공동체’ 또는 ‘민족’이라는 표현 유지 여부를 놓고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초반에는 ‘민족’이라는 명칭을 빼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올 초 북한 김정은이 남북이 더 이상 ‘동족’ ‘민족’이 아니라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전환하고 통일 포기 선언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분위기다. 김영호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동독이 ‘민족’을 부정하고 ‘두 국가’를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북한이 ‘민족’을 부정하더라도 우리는 ‘민족’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앞으로 북한 외무성이 남북 관계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는 통일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도 “자칫 명칭에서 ‘민족’을 빼버리면 민족을 부정하고 2국가 체제를 원하는 김정은 의도대로 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정부가 헌법에 적시된 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