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일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열린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 한 남성이 미국 브랜드' 나이키' 로고가 박힌 신발을 신고 있다. /조선중앙TV

미국 제국주의 상징이라며 청바지 착용도 금지하는 북한에서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다수 포착됐다.

2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지난 7~9일 열린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 신발을 착용한 선수들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방영한 경기 영상을 보면, 골프채를 휘두르는 남성의 흰색 바지에는 검은색으로 나이키 로고가 박혀 있다. 홀에 손을 넣는 다른 선수의 신발에서도 선명한 나이키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 평양골프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보도한 사진에서도 골프카트에서 내리는 한 남성의 티셔츠 가슴팍에는 나이키 로고가 그려져 있다.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열린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서 일부 선수들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외국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르주아 문화’와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자본주의 국가들이 북한을 약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라고 지목해왔다.

통일부가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는 북한에서 스키니진 등을 입을 경우 바지를 찢기거나 잘리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탈북민의 전언이 담겼다. 또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 방영한 영국 BBC 방송의 TV 프로그램 ‘정원의 비밀’ 출연자의 바지 부분은 흐릿하게 처리됐다. 청바지를 미국 제국주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북한이 ‘서구 문화’ 퇴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후반 작업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외국인 출연자의 청바지 부분이 흐릿하게 처리돼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그럼에도 세계적인 미국 상품인 ‘나이키’ 제품을 착용한 것과 관련,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제조한 상품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매체에 “북한은 해외에 여러 회사를 만들었다”며 “그들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그 회사가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나이키 등 브랜드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김정은이 우월하다는 것을, 대북 제재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앞서 2012년부터 4년 이상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등지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리복 브랜드 의류를 만들었고 이 제품들이 모두 미국으로 수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0년 출간된 ‘세계의 옷 공장 북한’에 따르면 미국 브랜드 뉴발란스 점퍼가 북한에서 생산돼 중국 내수용으로 팔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고위 간부와 엘리트들이고, 그들은 사치품을 북한으로 들여올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아낸다”며 대북 제재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한 예시일 뿐이라고 했다.

북한 매체가 보도한 영상과 사진만 봐서는 이들이 착용한 옷과 신발이 실제로 나이키가 생산한 제품인지, 북한 혹은 제3국에서 만든 가품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