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수집한 북한발 오물풍선 약 70여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사진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라고 적힌 문건 표지. /뉴시스

북한이 날린 대남 오물풍선 안에서 기생충이 검출되는 등 북한의 열악한 생활 실태를 파악할 만한 단서들이 다수 나왔다. 오물 살포에 북한 주민들을 동원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대남 오물풍선 70여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이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발견됐는데, 이는 인분에서 나온 기생충임을 시사한다. 보통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거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서 식별된다.

통일부는 “오물풍선 안에 담긴 토양은 소량이며 군에서 수거‧관리해 살포 오물로 인한 토지 오염, 감염병 우려 등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북한의 어려운 내부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물건들도 다수 나왔다.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구멍 난 양말을 여러 번 꿰맨 흔적, 구멍 뚫린 유아용 바지, 옷감을 덧대 만든 장갑과 마스크 등이 담겼다.

오물 속에는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이 잘린 채 발견되기도 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가 반으로 잘려있거나, ‘조선로동당 총비서로…’라고 적힌 종이 등이 나온 것이다.

북한은 ‘수령 교시’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죄로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오물 살포에 일반 주민들도 동원된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긴급한 행정력 동원에 따른 결과 북한 주민들의 오물 살포에 대한 반감 및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 사이 수집된 북한의 오물풍선 약 70여 개 분량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뉴스1

북한이 열악한 주민 생활상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는 노력도 포착됐다. 일반 생할 쓰레기보다 일정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이 다수였으며, 페트병은 라벨이나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정보 노출을 방지하려고 했다.

이외에도 오물 안에는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한 국내 업체의 넥타이나 청재킷 등이 잘려진 채 나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적대국, 교전국 기조 부각과 함께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는 용도로 과거 지원 물품을 훼손해서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 사이 수집된 북한의 오물풍선 약 70여 개 분량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뉴스1

앞서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1600개가 넘는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