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선글라스를 쓴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체제가 주민들 사이에 남한 문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생활 광범위한 부분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공개 처형을 남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27일 탈북민 649명의 증언이 담긴 ‘2024 북한 인권 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북한 인권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발간된 것으로, 작년에 조사한 탈북민 141명의 증언이 추가됐다.

북한 당국이 주민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엔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거나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와인잔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 등이 모두 ‘반동’ 사례로 제시됐다. 북한 당국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반동으로 분류했는데, 작년 연말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엔 김정은 부녀가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크게 실렸었다. 아빠, 오빠, 빨리빨리 등 남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단속·처벌 대상이다.

지난해 탈북한 남성은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남성이 공개 처형되는 것을 봤다”며 “괴뢰(남한)놈들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정은 체제가 한류 문화 차단 목적으로 만든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2020)’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2020년 탈북한 남성은 “동료가 손전화기로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위부에 적발돼 강제 송환됐는데, 나중에 처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방역법 위반을 이유로 공개 총살된 사례도 담겼다. 2021년 탈북한 남성은 “남성 간부 2명이 ‘비상방역법’ 위반 행위로 재판 없이 공개 총살 당했다”고 했다. 격리 시설에 수용된 주민들의 목욕을 허락했다는 이유였다. 김정은이 시찰 도중 김일성·김정일 사진이 걸려 있는 장소가 난방이 안 되는 걸 보고 ‘우리 선대 수령님들을 냉방에 모셨다’며 관련자를 문책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정은 관련 루머를 유포해 집안 전체가 추방당한 사례와 체제 불만 발언을 해 온 가족이 마을에서 사라졌다는 진술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