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남한 드라마를 봤다며 노동교화형 12년을 선고한 평양의 16세 소년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모습. /샌드연구소 영문뉴스레터

북한이 남한 문화 확산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또 한 번 대규모 공개 처형을 진행했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대상자는 중학생 30여 명으로 대북 전단 속 USB에 담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게 이들의 죄목이었다고 한다.

TV조선은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여 명을 지난주 공개 처형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앞서 탈북단체들이 지난달 대북 풍선을 날려 보내며 그 안에 한국 드라마가 저장된 USB 메모리를 넣었는데, 이를 주워 보다 적발된 10대들을 공개 총살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비슷한 이유로 17살 안팎의 청소년 30여 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대북 단체가 바다로 띄워 보낸 ‘쌀 페트병’을 주워 밥을 지어 먹은 일부 주민에게도 노동교화형을 내렸다. 그러면서 전단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며 발견 즉시 태울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참담한 수준의 북한 인권은 통일부가 발간한 ‘2024 북한 인권 보고서’ 속 탈북민 증언들로 알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결혼식에서 한복이 아닌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것, 와인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 등을 모두 ‘반동’ 사례로 규정했다. ‘아빠’라는 단어도, 선생님을 부르는 ‘쌤’이라는 표현도 쓰면 안 된다.

한 탈북 남성은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남성이 공개 처형되는 걸 봤다”며 “괴뢰(남한) 놈들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더라”고 했다. 2020년 탈북한 또 다른 남성도 “동료가 손전화기로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위부에 적발돼 강제 송환됐는데 나중에 처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올해 초엔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16세 소년 2명에게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공개 재판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제작한 내부 주민용 사상 교육 영상이다. 여기에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옷차림과 머리를 따라 한 죄로 적발된 평양 여성들의 모습도 나온다.

북한은 2020년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해 외부 문물에 노출되는 사례를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이 법에는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을 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도서·노래·사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되며 ‘남조선 말투나 창법을 쓰면 2년의 노동교화형(징역)에 처한다’는 조항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