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로 지내다 한국에 망명한 리일규 참사에게 “참 잘 왔다”며 “우리 함께 꼭 통일 한국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태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 편지에서 “오늘 조선일보를 통해 나의 동료였던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였던 리일규 참사가 한국 사회에 드디어 커밍 아웃(coming out)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태 전 의원은 “리일규 참사가 언론을 통해 본인을 공개하기까지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규 참사는 나와 내 아내, 내 아들들이 다녔던 외국어학원을 다닌 동문”이라고 했다. 태 전 의원은 “그는 북한 외무성에 있을 때 나의 탁구 라이벌이었다”며 “북한 외무성에서는 주요 국가기념일마다 국별 대항 경기를 하는데 나는 유럽국 부국장이라는 간부 TO로, 자격으로 경기에 나갔고 일규 참사 중남지역 담당국 대표 주자였다. 나는 그를 이겨 보려고 무척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고 했다.

태 전 의원은 리일규 참사에 대해 “북한 외무성에서 김정일,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며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그가 직접 작성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유럽국에서 일 잘했다는 평가로 김정일로부터 ‘김일성 존함 시계’를 선물 받고 그는 파나마에 억류되었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의 억류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 ‘을 받았다”며 “일규 참사가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과 쿠바 사이의 수교 저지 활동이었다. 평양의 지시를 집행해 보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쿠바의 마음은 이미 한국에 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태 전 의원은 리일규 참사로부터 2016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 탈북했을 당시 북한 내부 상황을 자세히 전해들었다고 한다. 태 전 의원은 “나는 일규 참사로부터 내가 2016년 탈북했을 때 북한 외무성이 어떻게 뒤집혔고 나의 일가가 어떻게 평양에서 추방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며 “그는 나에게 한성렬 미국 담당 부상의 공개처형과 영국 주재 북한 대사였던 리용호 외무상 일가가 무슨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는가를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북한에 있었더라면 그들과 꼭 같은 운명에 처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태 전 의원은 “나는 일규 참사를 통해 내가 북한에서 탈출한 2016년 이후에 벌어졌던 싱가포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막전막후 스토리들은 물론 그러한 외교의 흐름 속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어떻게 처벌받고 지방으로 추방되었는지, 어떻게 공개 처형 되었는지 등 많은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태 전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며 “어찌 보면 나나 일규 참사가 북한 공직에서 살았던 것 보다 한국에서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내가 한국에 온 후 조성길 이탈리아 대사 대리, 류현우 쿠웨이트 대사대리가 왔다. 앞으로도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보다 먼저 탈북해 온 북한 외교관 선배들도 있다”며 “나는 북한 외교관 출신들 모두 힘을 합쳐 통일운동을 열심히 하여 바쳐 자기 자식들을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보려는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꿈을 꼭 실현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태 전 의원은 “일규 참사, 참 잘 왔어. 대한민국 정말 살기 좋은 나라야”라며 “우리 함께 통일 꼭 이루어 평양에 다시 가보자”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