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왼쪽),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김지호 기자·뉴스1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해외 있을 때 저처럼 외무성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분들의 한국 정착 상황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적지 않게 했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 언급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동료들과 탈북 외교관에 대한 얘기를 하지 못하는 대신 검색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흥미 수준을 넘어 그들의 활동상과 생활 모습을 최대한 상세히 알기 위해 ‘연구’ 수준으로 찾아본다”고 했다.

리 참사는 특히 ‘탈북 1호 외교관’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소식을 많이 찾아봤다고 한다. 리 참사는 고 원장에 대해 “저와 연배 차이가 많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모르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며 “한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았고 같은 국(외무성 6국) 출신 후배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태영호 전 의원과는 외무성 근무 시절 탁구를 같이 친 사이라고 한다. 리 참사는 “(태 전 의원) 탈북 이후 외무성 내 거의 모든 사람이 ‘태영호처럼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이 왜 갔을까’라며 궁금해했다”며 “공개적 장소에서는 그를 비난했지만 뒤돌아서는 은근히 부러워했다”고 했다.

리 참사는 한국에 온 이후 태 전 의원이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10번 이상 읽었다고 한다. 리 참사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국회의원이 되고 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그의 활동을 보면서 “혹시 내가 가도 저 정도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태 전 의원은 16일 본지 인터뷰를 보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리일규 참사는) 김정일·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 나의 탁구 라이벌이었는데 내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며 “일규 참사, 참 잘 왔어. 대한민국 정말 살기 좋은 나라야. 우리 함께 꼭 통일을 이뤄 평양에 다시 가보자”라고 했다. 태 전 의원은 “내가 한국에 온 후 조성길 이탈리아 대사 대리, 류현우 쿠웨이트 대사 대리가 왔다”며 “앞으로도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