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는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데 대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요소임은 사실이지만 그 조약을 믿고 김정은이 한반도 (무력) 평정을 결심한다거나 푸틴이 그런 김정은 결심을 지지하거나 후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리 전 참사는 “푸틴도 명백히 말했듯이 조약에는 ‘침략을 받았을 때’라는 조건이 걸려있다”며 뒤집어 말하면 군사 충돌이 실제 일어나면 즉각적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충돌 배경을 분석해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쟁이 터지면 24시간 안에 모든 것이 끝나버릴 텐데 언제 분석하고 언제 지원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러시아가) 북한을 적당히 구슬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선에 더 많은 무장 장비를 공급받을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조약 명칭이 ‘동맹’이 아니라 ‘동반자’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분명히 북한은 동맹을 주장했을 것이고 러시아는 동반자 정도로 고집했을 것”이라며 “북한과 맺은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영구적으로 확대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에 있어 대러시아, 대중국 관계를 수도꼭지에 비유했다. 그는 “중국은 물이 매일 졸졸 끊기지 않고 나오는 수도꼭지이고 러시아는 이따금씩 물이 나오지만 한번 나오면 콸콸콸 쏟아지는 수도꼭지”라며 “이따금 물이 콸콸 나오는 수도꼭지를 믿고 졸졸 나오는 수도꼭지를 자를 수도 없지만, 매일은 아니어도 한번 나올 때 며칠분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도 결코 포기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 주민들은 러시아보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고 한다. 리 전 참사는 “정권뿐 아니라 주민들도 중국을 더 혈맹으로 간주한다”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19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의 붕괴와 옛 소련 체제 몰락이 북한에 ‘고난의 행군’과 같은 위기를 몰고 왔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