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수해지역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회의에 앞서 침수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폭우로 침수된 평안북도 신의주시를 찾았다.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구명보트를 이용해 물에 잠긴 지역을 찾아 직접 수해 상황을 살폈다.

영상 속 김정은이 탄 보트는 강처럼 변한 도로를 지나갔다. 물살 때문인지 보트가 크게 출렁였고, 이내 가로수를 향해 직진했다. 김정은은 나뭇가지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고개를 숙였고, 옆에 앉은 간부는 김정은 쪽으로 손을 뻗으며 그를 챙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수해지역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회의에 앞서 침수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후 간부는 손을 높이 들어 나뭇가지가 김정은에게 닿지 못하도록 했고, 다른 사람들은 보트의 방향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보트가 나무 사이에서 빠져나온 후 김정은은 자세를 고쳐 앉고는 머리카락을 쓸며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보트 뒤편을 가리키며 무언가 지시하는 듯 보였다.

폭우로 물에 잠긴 북한 평안북도 재해 현장.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보트를 타고 돌아본 마을은 거의 모든 건물이 지붕까지 물에 잠겨 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보일 만큼 피해가 심각해 보였다.

김정은은 홍수 피해 현장에서 간부들을 향해 “큰물 피해 방지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아 재난적 상황을 초래하고야 말았다”며 “주요 직제 일꾼들의 건달사상과 요령주의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신의주시에서 정치국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물난리 책임을 물어 사회안전상(경찰청장)과 평북‧자강도 도당위원회 책임비서를 교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압록강 하류에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폭우로 4100여세대와 농경지 3000정보를 비롯해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김정은이 방문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폭우 피해 지역. /노동신문 뉴스1

전문가는 김정은이 피해 현장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는 동시에 고위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이 홍수 피해 상황을 빠르게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당국 관계자는 TV조선에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적게는 1100명에서 최대 1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직접 피해 뿐 아니라 무리한 조업으로 사망한 구조대원 숫자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