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는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해 지원 의사에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겠다”고 전했다. 전날 한국을 향해 “서울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일 수해 현장에 급파돼 주민 구조 작전을 벌인 인민군 공군 직승비행 부대를 축하방문한 김정은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푸틴이 전날 북한의 홍수 피해에 대해 위문을 표했다며 위문 서한 내용과 김정은의 반응을 소개했다. 푸틴은 김정은과 북한 인민에게 “진심으로 위문과 지지를 표시하면서 피해 복구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다.이에 김정은은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현 단계에서 큰물(홍수) 피해를 시급히 가시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들이 강구됐으므로 이미 세워진 계획에 따라 피해 복구 사업이 진척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만약 그 과정에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평안북도 신의주ㆍ의주군 등 수해 현장에 급파돼 주민 구출작전을 벌인 헬기 부대를 방문해 격려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지난 2일 “공중구조 전투의 기족을 창조한 공군 직승비행부대를 축하방문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압록강 유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물류입량이 급격히 늘어나 침수로 인한 피해가 제일 컸던 신의주지구에서 인명피해가 한건도 나지 않은 이 사실이야말로 기적으로밖에 표현할수 없다”며 “임무수행중 1대의 직승기가 구조지역에서 불시착륙한 사실이 있으나 비행사들이 모두 무사한것 역시 고맙다”고 했다. 국내 매체의 인명 피해 보도와 헬기 추락 사고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 부대가 야간에 구조 현장에 투입돼 악천후를 뚫고 구조 작업을 벌였다며 “단 몇시간안에 크지 않은 직승기들로 4 200여명을 구출한것, 수상구조임무를 수행한 기타 부대들이 세운 기록까지 합쳐 5 000여명을 구출한것이야말로 정말 기적”이라며 “적기 10대, 100대를 격추한것보다 더 큰 성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적들의 쓰레기언론들은 우리 피해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이 넘을것으로 추측된다고 구조임무수행중 여러대의 직승기들이 추락된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모략선전에 집착하는 서울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은 변할수 없는 적”이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공개한 김정은 수해 현장 방문 모습. 김정은이 간부들과 함께 탄 구명 보트 위에 담배와 재떨이가 놓여 있다. /조선중앙TV

정부는 지난 1일 북한 이재민들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제의한 상태지만 김정은의 대남 발언을 놓고 볼 때 우리측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앞서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1일 “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며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수해 지역 방문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김정은이 전용열차를 타고 신의주 지역으로 이동해 구명 보트에 올라 침수된 마을을 돌아본 뒤 간부들을 소집해 정치국 확대비상회의를 여는 모습 등을 부각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구명 보트를 타고 침수된 마을을 돌아보는 와중에 손에 담배를 들고 있거나 보트 위에 담배와 재털이가 놓여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