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5개국 국제기자단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방문했을 당시 4번 갱도 폭파 전 모습. /뉴스1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유령병’으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질병이 퍼지고 있다는 한 탈북자의 주장이 나왔다.

2015년 북한을 탈출한 이영란씨는 영국 매체 더선이 2일(현지시각) 공개한 인터뷰를 통해 방사능 영향으로 북한에서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 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길주군에 살았다는 이씨는 “내 아들이 유령병에 걸린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의 의사들이 정체불명의 질병 앞에 무력감을 느꼈다”며 “길주에서 항문, 발가락, 손이 없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3년 북한의 핵실험 당시를 떠올리며 “3차 핵실험이 있던 날 벽시계가 떨어지고 전구가 흔들렸다. 지진인 줄 알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이후 방송을 통해 그날 3차 핵실험이 있었고, 근처 풍계리 군사통제구역이 핵실험장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당시 주민들은 핵실험 성공 소식에 거리에서 춤을 추며 축하했지만, 정작 이들이 북한 핵프로그램의 첫 희생자가 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의 아들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난 건 2014년 10월이다. 당시 27세였던 아들은 미열 증세를 보여 중국에서 밀수된 암시장 약을 먹고 버텼다. 이씨는 “유엔이 지원한 의약품이 있지만 정부 고위 관리들이 사재기하고 있다”며 “북한은 무료 의료 제공을 약속했지만 약국의 선반은 텅 비어 있다”고 덧붙였다.

호전될 기미가 없자 이씨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갔고, 병원에서는 “최근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아들 폐에 두개의 구멍이 나있다고 진단했다.

이씨는 탈북 후 한국에서 방사능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방사능 노출 수준이 매우 높았고 백혈구가 매우 낮았다”면서 “여기저기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잘 걸을 수 없고, 두통 때문에 1년에 여섯 번이나 입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길주 출신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남아있던 이씨의 아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2018년 5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유령병이라고 불리는 질병의 원인을 방사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핵 전문가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핵실험장 근처에 비가 내리면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퍼질 수 있다”며 “적절한 보호 조치가 없다면 북한 핵실험장 인근 주민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암, 백혈병, 염색체 이상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