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통일촌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대북 전단 살포 피해 관련 접경 지역 주민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대남 확성기 소음을 듣던 중 고통을 호소하며 귀를 막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9월 말부터 3주째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인해 민통선 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윤후덕(파주 갑), 박정(파주 을) 의원,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 통일촌에 위치한 민방위 대피소를 방문해 대남 확성기 소음과 대북 전단 살포로 일상생활에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했다. 파주시 대성동에 사는 한 주민은 “최악의 고문은 잠을 못 자는 것인데, 우리 주민들 모두 남북 확성기 소리에 잠을 못 자서 살려달라고 하고 있다”며 “이쪽 주민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처음에는 대남 방송을 듣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밤이 되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소리도 들려 잠을 못 잔다. 접경지역에 사는 게 죄냐”며 울먹였다.

올해 파주 접경지역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은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쯤부터 고출력 스피커로 교체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소음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10일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 확성기에서 소음이 송출되고 있다. /뉴스1

주민들은 이전의 대남방송은 사람 말소리가 시끄러운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기괴한 소음이 들려온다며 “정신병 걸릴 수준”이라고 했다. 여성의 웃음소리, 여우‧들개‧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 쇠뭉치를 긁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들려온다고 했다.

지난 18일 파주시 이동시장실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호소가 이어졌다. 결혼 후 대성동 마을에 정착해 50여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주민은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없다. 귀마개를 20여일 넘게 사용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까지 생겼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40년간 많은 대남 방송을 들어봤지만 이제껏 들어본 것 중 소음 강도가 가장 세다”고 했다.

실제 대남 방송 녹음파일을 들어본 우 의장은 “무슨 소린지 모르는 귀신 소리 같은 게 들린다.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공감했다.

우 의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불안이 매우 크다는 점을 깊이 공감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대남 방송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