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만찬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잔을 부딪치고 있다. 북·러는 당시 군사동맹을 복원하는 조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한 것이 최근 확인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파병에 나서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러시아에 무기·병력을 보내는 ‘베팅’을 통해 상당한 경제·군사적 반대급부를 챙기고, 장기적으로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확약받을 것으로 보

인다. 본지는 보수·진보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거나 조언한 전문가 4인에게 북한 파병의 의미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 등을 물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0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북한은 과거 한국이 베트남전 파병으로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군사적 이익을 얻은 것과 비슷한 결과를 바랄 것”이라며 “특히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무기 체계 첨단 기술 확보, 전투 경험 축적 등도 원하지만 지금 당장은 달러가 더 급하다”고 했다 .

외교부 북핵 담당 대사, 차관보 등을 지낸 이 이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북한은 오랜 제재와 팬데믹 국경 봉쇄 등 여파로 정권 유지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1만명 파병 대가로 1억달러를 받는다고 가정해도 북한에는 상당히 의미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현금 대신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에 공급이 제한된 원유 등 현물로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북한군 파병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일단 발을 담근 이상 추가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한국에 꼭 나쁘지만은 않은 측면도 있다”고 했다. 북한군의 핵심 전력이 빠져나가는 만큼 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이사장은 북한의 파병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역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 전장에 주둔하는 북한군을 대상으로 한글로 쓴 전단과 방송을 전달하는 심리전을 실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최정예 부대원들이 전장을 이탈해 한국행을 택할 수도 있고, 그 규모에 따라서는 북한의 추가 파병을 억제하는 효과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동맹을 체결한 건 한국과 북한이 전쟁하면 북한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고, 이보다 한국에 더 적대적 조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러가 무기를 주고받고 군사동맹을 체결해도 우리가 말로만 경고를 하니 저들이 선을 계속 넘는 것”이라며 “일단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작하고 러·북 양국의 행태에 따라 지원 규모와 범위, 폭을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