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저와 동료들은 짧게 외마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첫 소식이 전해졌을 때였다. 솔직히 만감이 교차했다.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무려 1년4개월 동안 온 나라를 두 동강 낼 듯 들끓었던 ‘조국 사태’, 이 땅의 젊은이들을 한없는 박탈감과 절망과 분노로 몰아갔던 ‘조국 일가(一家) 사건’, 그 사건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다. 저희 김광일의입 방송도 횟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십 수백 번 조국 일가의 ‘백화점 비리’를 토로하고 비판해왔다.

집안 어르신들한테 늘 들었던 말씀이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남의 불행을 기뻐하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그러나 어제는 이 나라에 아직은 사법 정의가 살아 있다는 신선한 느낌으로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시청자 여러분의 댓글을 보니, 기쁘다 구주 오셨네, 라고 쓰신 분도 계셨고, 올해 최고의 성탄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는 분도 계셨다. 그냥 그대로의 심정을 피력하셨을 것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에게 들이댄 혐의는 모두 15가지였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의 재판장 임정엽 판사와 재판부는 혐의 15가지 중에 무려 11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 그리고 추징금 1억3894만원을 선고한 뒤 정 교수를 바로 법정 구속했다.

정경심 씨가 받았던 혐의 15가지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자녀 입시 비리, 둘째 사모펀드 불법 투자, 셋째 증거 인멸 혐의였다. 이중 자녀 입시 비리는 혐의 7가지가 모두 유죄로 판결이 나왔다. 1)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는 남편 조국이 위조하고 처 정경심이 행사하고, 2)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 제1저자 등재과 인턴 확인서는 논문에 대한 기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턴 확인서는 허위 증명서일 뿐이고, 3)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체험활동 및 논문 제3저자는 논문 기여 없고 허위 증명서이고, 4)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위조된 것이고, 5)동양대 보조연구원 활동 확인서는 허위 증명서이며 보조금 수령은 사기 범죄이고, 6)KIST 인턴확인서도 허위 증명서이고, 7)부산에 있는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확인서도 허위 증명서라고 법원은 최종 판단했다.

가짜, 가짜, 허위, 허위, 사기, 사기…, 한 몫에 읽어내기에도 숨이 가쁠 정도로 조국·정경심·조민 일가족이 ‘가짜 인생’을 살았던 셈이다. 재판부는 이중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서류 위조, 동양대 사무실 PC 증거 은닉 교사 혐의 등은 조국·정경심 부부가 함께 위조하거나 공모했다고 봤다. 이 같은 판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에서 진행 중인 남편 조국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씨는 어제 페이스북에 “판결 결과, 너무나 큰 충격”이라고 했다.

재판부 판결문에 등장하는 가짜 증명서와 대학들 이름이 무려 다섯 곳이나 된다. 서울대, 단국대, 공주대, 동양대, 한국과학기술원 KIST 등이다. 보통 수험생 집안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이중 한 곳을 따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 여기고 있는데, 무려 다섯 곳 서류를 위조한 조국·정경심 부부는 그들의 탐욕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아카데미상을 여럿 거머쥔 ‘기생충’이란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아빠, 엄마, 누나, 동생, 일가족이 모두 가짜 인생이었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인물들도 조국·정경심 부부의 사기 행각에는 혀를 내두를 것 같다. 가끔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는 ‘사기 결혼’ 기사를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결혼하자고 속인 다음에 단물을 다 빨아먹고 순진한 예비 신부와 처가 쪽을 울려놓고 달아난 사기범들은 대개 모든 게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어디 어디 유명 대학을 나왔다는 것도 가짜요, 부동산 재산이 얼마 있다는 것도 가짜요, 무슨 무슨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것도 다 가짜요,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가짜로 밝혀지게 된다. 정경심 재판 결과를 보면서 영화 ‘기생충’과 ‘사기 결혼 사기범’이 떠올랐던 것은 비단 저희뿐일까요.

재판부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첫째 정경심 씨가 남편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에게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을 거래하고 부당 이득 2억3000만원을 챙겼다고 했다. 둘째 재산 내역을 은폐할 목적으로 동생과 단골 미용사의 이름을 빌려서 차명 거래를 했다고 인정했다. 정경심씨는 이러한 범죄를 모두 합해서 징역4년 형인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미공개 정보의 내부 거래와 부당 이득 편취 행위에 대해서는 4년 형이 아니라 40년 형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중죄인으로 다룬다. 정경심씨 측은 아마 항소를 하겠다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야 한다. 항소심에서 경제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가중될 수도 있다.

어제 판결을 보면서 재판부의 판결 이유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는 시청자 반응이 많았다. 판결 이유가 이렇다. “피고인 정경심은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그렇다. 정경심 씨는 올해 1월22일 첫 재판이 열리고 지난 1년 동안의 재판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사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장이 형량을 정할 때 피고인이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양형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정경심씨는 오히려 재판정에 나온 증인들을 비판하기 일쑤였다. 그러자 재판장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적시한 것이다. 만약에 국민들이 당했던 고통까지 형량에 포함시켰다면 법정의 저울로는 달 수 없을 만큼 무거웠을 것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7년10월 정경심씨의 부탁을 받고 아들 조모씨의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다. 최강욱 대표도 어제 재판이 열렸는데 검찰은 징역1년을 구형했다. 정경심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최강욱 대표도 무사히 넘어가기는 어렵게 됐다.

정경심 징역 4년 형, 이 판결을 듣고 만감이 교차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조국 사태를 수사했다는 밉보임 때문에 지금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가 있는 한동훈 검사장은 “저를 비롯한 수사팀은 할 일을 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표창장 위조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고 했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은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했다.

조국씨의 멘트를 미리 짐작하기라도 한 듯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이비종교에 빠진 신도를 ‘개종’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당정청과 지지자들이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의 정신은 이미 사실과 논리의 영역을 떠났습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책임질 사람들을 적시했다. “그동안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킨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면서 “빤히 알면서도 대중을 속여 온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 조국을 비호하기 위해 사실을 날조해 음해공작까지 벌인 열린민주당의 정치인들,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사기행각을 묵인하고 추인해 온 대통령”이라고 했다. 또 “위조된 표창장을 진짜로 둔갑시킨 MBC의 PD수첩, 이상한 증인들 내세워 진실을 호도해온 TBS의 뉴스 공장, 조국 일가의 비위를 비호하기 위해 여론을 왜곡해 온 다양한 어용매체들, 그리고 그 매체들을 이용해 국민을 속여온 수많은 어용기자들을 비판한다”고 했다. 감시자 역할을 저버린 시민단체, 성명서와 탄원서로 조국 일가의 비리를 비호한 문인(文人), 곡학아세를 해온 어용 지식인들, 사실을 말하는 이들을 집단으로 이지메 해 온 대통령의 극성팬들, 민주당의 극렬 지지자들의 책임도 물었다.

진중권씨는 회한이 밀려오는 듯 했다.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들어보겠다. “이것으로 내 싸움은 끝났습니다.” “제 페이스북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동양대) 사직서를 낸 것이 작년 12월 19일. 얼추 1년이 지났네요.” “거짓이 진실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이러다가 사회가 위험해지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되찾는 데에 무려 1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우리 재판부가 사법 정의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분, 여러분 시청자들께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응원을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여러분이 계셨기에 재판부가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냈던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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