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미혼모 시설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신질환 미혼모를 두고 “정상적 엄마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의 미혼·한부모 가족 복지 시설인 애란원을 찾았다. 미국 장로교 선교사 반애란(Eleanor C.Vanlierop)씨가 1960년 설립한 은혜의집으로 시작한 애란원은 현재 미혼 임산부와 자녀 등 36명의 생활과 양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강영실 애란원 원장은 “정신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고 있는데 시설에 야간인력이 없어 너무 힘들다. 임산부는 약을 못 먹기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입원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아이를) 태어나게 한 어머니가 더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은 거네. 시설에서 아이를 관리하다 보면”이라고 했다.

강 원장이 특히 정신질환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미혼모의 경우 시설에서 더 취약한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하자 김 위원장은 “엄마도 관리하고 아이도 관리해야 하니 힘들 것 같다”며 “엄마도 정상적인 엄마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고”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아이는 제대로 잘 보육을 해서 정상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를 해야 하는데, (일부 미혼모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엄마도 잘 보육하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정신질환 미혼모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을 나타내며 보인 반응이었지만, 일각에선 ‘정상적인 엄마’라는 단어 선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 관계자는 “용어 선택에는 일부 부적절한 면이 있었지만, 미혼모들이 그만큼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상황에 김 위원장이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방문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설 명절을 앞두고 미혼모 시설을 방문했는데, 와서 보니까 여러 가지로 착잡한 생각이 든다”며 “미혼모에게서 탄생한 어린이도 문제고 미혼모 자체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회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잘 보호해야 할지 많은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과 동행했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위원장이) 워낙 시설 상황이 어려우니 ‘엄마도 정상적이지 않겠다’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 일반적인 미혼모가 그렇다는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은 이날 산모한테 좋다고 하는 미역 선물까지 따로 준비하신 것으로 안다”며 “당 차원에서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미혼모분들이 이런 취약한 시설에 계시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 같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땅의 어머니를 어떻게 정상이나 비정상의 기준으로 나누겠느냐. 이분들이 처한 상황과 여건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