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서울시장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조선일보DB

4·7 재·보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역대 서울시장 선거를 관통했던 ‘승리 법칙’이 이번에도 작동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선 반드시 1위를 차지해야 하는 지역이 있다.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5년 이후 8차례 선거(2011년 보궐선거 포함)에서 서울 25구(區) 중 강동구·양천구·영등포구·중구 등의 승자가 모두 시장에 당선됐다. 또 ‘선거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면 여당이 이길 수 없다’는 공식도 있다. 선거 승패의 열쇠를 쥐었던 연령층은 이른바 ’86세대'인 현재의 50대였다. 다른 선거와 마찬가지로 역대 서울시장 선거도 무당층(無黨層)의 선택이 판세를 좌우했다

◇양천·영등포는 역대 선거 결과와 판박이

역대 서울시장 당선자와 네 구의 1위가 모두 일치했는데, 특히 양천구와 영등포구는 1·2위 득표율까지 서울시장 선거 최종 결과와 연속으로 판박이였다. 역대 대선에서 충북이 전국 표심(票心)의 바로미터였다면, 양천·영등포는 서울의 판세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1·2위인 박원순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각각 52.8%와 23.3%였는데, 양천구(53.2% 대 22.8%)와 영등포구(52.1% 대 24.1%)도 비슷했다. 2011년에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선거 결과(53.4% 대 46.2%)는 양천구(53.5% 대 46.0%), 영등포구(53.6% 대 46.0%)와 차이가 불과 0.1~0.2%포인트였다.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47.4% 대 46.8%로 초박빙 승부를 펼쳤던 2010년 선거도 양천구(47.5% 대 47.0%)와 영등포구(47.5% 대 46.9%)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은 유권자 세대 구성이 서울 전체 평균과 비슷하고 소득수준과 정치 성향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서울 표심을 대표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는 서울에서 조사 대상이 800~1000명이라서 25개 구별로는 표본이 30~40명에 불과해 구별 판세가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서울의 권역별 조사 자료를 보면 양천과 영등포가 속한 서남권 분위기는 아직까지 여야(與野)의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2월 4~6일) 조사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와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가 서남권에서 44.6% 대 46.6%인 반면, MBC⋅코리아리서치(2월 8~9일) 조사는 46.6% 대 43.2%였다.

/그래픽=양진경

◇대통령 지지율 45%가 승부 가른다

각종 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승패의 중요 지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45%를 기준으로 본다. 무응답자 10%가량을 고려하면 국정 긍정 평가가 45%를 넘어야 부정 평가보다 높아지면서 ‘정권 심판론’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여섯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서울의 대통령 지지율이 45%보다 높았던 두 번은 여당이 이겼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했던 네 번은 야당이 이겼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의 경우 서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44%로 부정 평가(49%)보다 낮았고, 승리는 야권 박원순 후보가 차지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은 39%로 부진했고, 야당의 박원순 전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서울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여당)이 38%로 32%인 새정치민주연합(야당)을 앞섰지만 선거에선 여당이 패했다. 정당 지지율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판세를 읽는 데 더 유용한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각 조사에서 40% 안팎이다. YTN·리얼미터 조사(2월 15~19일)는 38.6%, 한국리서치 조사(2월 19~22일)는 40%,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2월 21~22일)는 40.5% 등이었다. 지금 분위기에선 야당이 다소 유리하지만 앞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여당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질 수 있다.

◇50대의 선택을 주목하라

현재 50대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태생)’는 이들의 상당수가 20대였던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에선 조순 후보, 1998년 선거에선 고건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 86세대가 30대로 접어든 2002년 선거에선 당시 20대와 함께 김민석 후보 쪽으로 쏠렸지만, 40대 이상 유권자가 결집한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86세대의 선택과 당선자가 달랐던 것은 그때뿐이다. 2006년과 2010년엔 오세훈 후보 당선에 기여했고, 이들이 40대로 접어든 이후에는 20‧30대와 함께 세 번 연속 진보 진영의 박원순 후보 쪽 손을 들어줬다.

최근 50대 표심은 조사마다 들쭉날쭉하다. 여당 박영선 후보와 야권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MBC·코리아리서치(2월 8~9일) 조사는 57.8% 대 34.4%로 박 후보가 앞섰지만, 같은 날 실시한 new1·엠브레인(2월 8~9일) 조사는 38.0 대 47.3%로 안 후보가 우세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과거 386세대였던 50대는 나이가 들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 색채가 강해졌지만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기억으로 진보 색채도 남아 있어서 표심의 향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접전 승부에선 무당층이 변수

최근 각 여론조사에선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지 않는 무당층이 20~30%가량이다. 중도 성향의 무당층 중에는 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 관심층이 절반가량이고, 이들의 선택이 승부에 영향을 주곤 했다.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불과 0.6%포인트 차이로 이긴 2010년 서울시장 선거도 무당층에서 26.8% 대 22.8%로 오 후보가 높았던 것이 그의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한국갤럽 조사).

최근엔 무당층이 야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가 new1·엠브레인(2월 8~9일) 조사는 60.6%, MBC·코리아리서치(2월 8~9일)도 52.8%로 과반수였다. 이병일 엠브레인퍼블릭 대표는 “접전 승부가 펼쳐질 경우 무당층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모든 지역에서 표 쏠림이 심했던 부산]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실시된 8차례 부산시장 선거(2004년 보궐선거 포함)에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일곱 번 승리했고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의 승리는 2018년 오거돈 전 시장이 유일했다. 부산의 16개 구(區)별로는 선거 때마다 쏠림 현상이 강했다. 1998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는 여섯 번의 선거에서 모든 지역이 승자에게 표를 몰아줬다. 부산은 시장 선거에서 바람과 분위기를 많이 타는 곳이란 의미다.

유권자 연령별로도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층이 승자에게 쏠린 적이 많았다. 2000년 이후 여섯 번의 선거에서 2014년 선거를 제외하고 모든 선거에서 전 연령층의 1‧2위 후보가 같았다. 20~40대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 50대 이상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쪽으로 결집했던 2014년 선거는 서 후보(50.7%)가 오 후보(49.3%)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부산시장 선거도 서울시장 선거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2002년 선거는 김대중 대통령, 2004년과 2006년 선거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했던 시기였고 야당이 승리했다. 2010년과 2014년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부산에서 50~60%로 높았을 때에는 여당이 승리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던 2018년 선거도 여당이 승리했다. 얼마 전 리서치앤리서치 조사(2월 21~22일)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40.8%)가 부정 평가(52.2%)보다 낮았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선 최근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건설 추진이 ‘여당에 유리하다’(35.3%)는 응답이 ‘야당에 유리하다’(11.4%)보다 높았다. 이번 선거에 영향을 주는 현안은 가덕도 신공항, 경제 활성화 대책, 부동산 대책 순으로 답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들의 정책 공약 대결이 과거 선거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