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 육군 39사단에서도 코로나 격리 장병들에게 부실 급식이 제공됐다는 폭로가 지난 5월8일 나왔다.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안녕하세요. 최근 군의 부실급식 문제가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초기엔 코로나19 격리장병들에 대한 처우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군 급식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된 상태입니다. 군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군 급식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그 진단과 처방을 5개 항목으로 나눠 두차례에 걸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① ‘1식은 3찬에 국물’ 공식과 ‘수의계약 카르텔’을 깨라

최근 장병들의 잇딴 부실급식 문제 제기는 선호하지 않는 품목들이 식단에 오르고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군대문화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강한 반감을 표출하는 사례라는 평가들이 나옵니다. 기성 세대나 나이 많은 간부들이 “라떼(나때)는 없어서 못 먹었어”라며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을 강요할 경우 지금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현 급식체계가 맛보다는 칼로리에 치중한 체계라는 점입니다. 수십년 전부터 ‘1식(食)은 3찬(餐)에 국물’이라는 장병 식단은 불문율처럼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MZ세대 등이 군에 입대하면서 국물은 골치꺼리가 됐다고 합니다. 최근 모 부대에서도 ‘오징어가 들어 있지 않은 오징어국’을 급식해 문제가 됐는데요, 병사들이 잘 먹지 않는 국물은 식단에서 아예 빼고 다른 선호 반찬을 추가하자는 것입니다.

군부대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5월1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11사단 예하 부대 장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이날 점심 배식 메뉴가 부실했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뉴시스

군 관계자들은 ‘1식 3찬 국물’ 공식을 깨는 데엔 농수축산물 조달에 있어 현재 특정 기관(농협 등)과 맺은 수의계약이 가장 큰 한계라고 말합니다. 장병 급식에 사용하는 농수축산물은 1970년 농협과 맺은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합니다. 작년 기준 급식예산의 약 54%가 이런 방식으로 집행됐다고 합니다.

◇ 특정기관 수의계약으로 장병 비선호 메뉴 식단에 자주 올라

기관에서 할당하는 식자재와 지역 특산물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장병 선호도와 무관하게 급식으로 제공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쌀국수, 콩자반, 멸치볶음, 시래깃국, 된장국 등 병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품목이 식단에 자주 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군 관계자는 “쌀 소비 정책에 따라 쌀국수를 제공하고 있지만, 병사들이 좋아하지 않아 잔반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쌀국수 급식을 줄이면 당장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전했습니다.

군에선 약 10년 전 이런 수의계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J,풀무원 등 대기업체와의 반가공 위탁시범 사업 통해 병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사업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 소식통은 “당시 농협과, 전방 농촌지역에 지역구를 가진 일부 국방위 의원들의 반대로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서욱 국방장관이 2020년5월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격리장병 생활여건 보장을 위한 제11차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일보

② 민간조리원 등 전문인력 충원하라

두번째는 취사(조리) 전문인력 문제입니다. 육군에 따르면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 기준으로 병사 150명당 취사병(조리병)은 2명에 불과합니다. 150명당 4명씩 배치되는 해·공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일각에선 “한끼당 비용이 똑같은데도 왜 육군은 해군에 비해 부실한 문제가 생기느냐”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육군은 해·공군의 절반에 불과한 취사병 숫자 등 핸디캡이 있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취사병과 별개로 민간조리원이 있긴 하지만 80∼300명 기준으로 1명이 편성돼 있습니다. 잘해야 1개 중대당 한명이 있는 셈입니다. 영양사 보직은 아예 없습니다. 민간조리원은 보통 부대 인근 주민(여성)이 고용돼 장병들의 입맛을 돋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평일 점심·저녁만 챙겨주고 주말과 공휴일엔 쉬게 됩니다.

◇ 과거 인기 보직에서 3D 기피 보직으로 바뀐 취사병

주말과 휴일 장병 급식은 고스란히 취사병 부담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조리 경험이 많지 않은 취사병이 매일 75인분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고, 동료 취사병이 휴가라도 가면 혼자서 150명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생기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잘 못먹던 시절 취사병은 최고 선호보직, 이른바 꽃보직중의 하나였습니다.

2020년 8월 경기도 남양주시 71사단 사령부에서 열린 후반기 조리경연대회에 참가한 취사병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경열기자

하지만 이제는 입대 장병들이 가장 기피하는, 3D 보직이 됐습니다. 주말과 휴일, 대체 인력도 없이 사실상의 ‘월화수목금금금’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취사병 숫자를 늘리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인구절벽에 따른 대규모 병력감축으로 내년까지 육군은 11만8000명(2018~2022년)이나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민간조리원 등 취사 전문인력 확충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