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사진 왼쪽)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완주 정책위의장.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언론 자유 수호 투사’를 자임하며 언론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대선이 다가오자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로 언론 자유를 옭아매는 ‘언론족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180도 달라진 여당의 태도에 대해 야당에선 “우리 편 언론만 보호하겠다는 내로남불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與, 야당 시절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며 취재원 보호법을 발의했다.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박근혜 정권 청와대가 법적 대응에 나서자 들고 나온 법안이다. 취재원에 대한 압수수색 금지를 비롯해 언론인의 법원·국회 증언 거부권까지 규정했다. 문 대통령도 당시 “권력을 비판했다가 기소·소송당한 언론인을 지원하겠다”며 당내 ‘표현의 자유 특위 및 피해 신고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은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를 열어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허위, 조작 보도'의 기준이 애매해 권력과 정부에 대해 반드시 필요한 비판 보도까지 징벌적 손배를 남발할 수 있다. 피해액 산정을 언론사의 매출액과 연동한 것은 세계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언론 단체들이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의 연설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반영됐다는 문자를 보좌진으로부터 받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민주당은 포털의 뉴스 서비스 관련 “알고리즘이 보수 언론과 야당에 유리하게 돼 있어 불공정하다”며 이른바 ‘포털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정부 위원회가 포털 기사 배치에 관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정부 예산으로 관제 포털을 만들자”고 했다. 지난해 9월엔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의원이 당시 야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 기사가 다음 메인 화면에 다뤄지자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5년 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포함시켜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을 때에는 “포털 길들이기” “박근혜표 신(新)보도지침”이라며 맞섰다. 당시 박수현 원내대변인(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언론을 통제하던 군부 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만 하더라도 포털 등에 올린 비판 글이 명예훼손 등으로 지워지면 글쓴이가 쉽게 ‘게시물 복원’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했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에는 인터넷 기사에 대한 ‘열람 차단 청구권’도 포함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해외의 입법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전례 없는 조치다. 친여(親與) 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까지 나서서 “기사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제도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장 강도 높은 규제”라고 비판했다.


◇ 野 “반헌법적 ‘언자완박’ 막아야”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여당의 표변은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울산 선거 공작같이 정권 인사들의 비위 관련 보도를 규제를 통해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가장 목소리를 높인 인사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이었다. 그는 회삿돈 555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는데, 이에 대한 비판 보도가 이어질 때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보호 장치”라며 언론중재법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9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일 때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고, 이것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린다고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지금의 언론법에 개탄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반헌법적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 악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허위 조작 보도와 가짜 뉴스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것이지 정상 절차에 따라 보도한 언론사들은 전혀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국민의 80%가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이 ‘언론 개혁’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