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8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접견하고 있다. photo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경선준비위원회가 추진하는 대선 후보 토론회를 놓고 윤석열 전 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반발하고 있다. 당내 경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왜 후보 토론회를 여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일부러 흠집내기용 토론회를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이 대표가 과거 윤 전 총장은 토론회 몇 번만 하면 나가 떨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원 전 지사는 자신이 이런 말을 직접 들었다고도 했다. 토론회가 국민의힘 경선의 이슈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는 최종 후보 선발까지 20여차례나 잡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후보 등록 전 2차례 토론회뿐 아니라 후보 등록 이후 잡힌 토론회도 20차례 넘는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선준비위가 마련한 경선 토론회 일정을 확인한 결과, 경선 후보 등록 직후인 9월에 비전 토론회, 스토리텔링 토론회, 후보 프레젠테이션, 공개 면접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다. 9월 15일 1차 컷오프 이후에는 미디어 데이, 택시 면접 등이 이어진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택시 운전 면허를 딴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9월 말에는 방송토론이 3번 있고, 10월에도 두세 차례가 잡혀 있다고 한다. 2차 컷오프가 이뤄지고 나면 각 시도별 토론회가 이어진다. 또 일 대 일 맞수 토론도 3번이나 잡혀 있다고 한다. 9~11월 초까지 최소 20번 이상의 토론회가 줄줄이 열리는 것이다. 토론배틀로 당직자를 뽑고 후보도 선출하자는 이준석 대표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다 보니 윤 전 총장 측에선 이 대표와 경선준비위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줄줄이 토론회’를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또 유승민·홍준표·원희룡 등 당내 후보들을 띄우기 위해 이런 살인적 토론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어마어마한 토론 일정이 윤 전 총장에게 ‘넘사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9월 토론회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정책과 비전 등을 마련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토론회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