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의 막판 1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윤 전 총장이 ‘전두환 발언’에 이어 ‘개 사과 사진’으로 집중포화를 맞는 사이 홍 의원이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타면서 누가 이길지 알기 힘든 초접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더구나 경선 설문 문항이 윤석열 후보 측이 요구했던 ‘양자대결’ 방식이 아니라 홍준표 후보 측이 내세웠던 ‘4지선다’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홍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당원·대의원들의 표심이 여전히 윤 후보 측에 쏠려 있어 역전은 힘들다는 관측도 강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왼쪽부터), 홍준표 후보가 25일 오후 대전 서구 KBS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포토타임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번주 들어 실시된 MBC 등 일부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윤 후보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싸워서 이길 후보로 누구를 선택할 거냐는 질문에 홍 후보라는 답변이 윤 후보라는 답변보다 10%포인트 가량 많았다.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홍 후보가 윤 후보보다 더 큰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전두환 발언’과 ‘개 사과’ 등 윤 후보의 잇단 말실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홍 후보 측은 “완연한 역전 무드로 승기를 잡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결과가 다르다. 4명의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 거냐는 ‘4지선다’ 질문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윤 후보를 홍 후보보다 12%포인트 가량 더 지지했다. 일반인과 당원·대의원이 50%씩 반영되는 국민의힘 경선 구조를 고려하면 오히려 윤 후보가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윤 후보 측은 “당심에서는 여전히 윤 후보가 크게 앞선다”고 얘기한다. 결국 윤 후보의 잇단 말실수로 인해 악화된 여론이 앞으로 남은 열흘 동안 얼마나 당심에 파고드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향후 최대 변수는 ‘윤석열의 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윤 후보가 메가톤급 말실수를 한번만 더 한다면 그때는 당심마저 등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충성 당원들의 인내심도 거의 임계치에 이르렀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윤 후보 캠프는 남은 기간 동안 ‘무조건 말조심’ ‘득점하기 보다는 실점을 막자’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반면 홍 후보 측은 윤 후보 측을 자극해 또 다른 망언을 이끌어내자는 얘기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새로 들어온 젊은 당원들도 변수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국민의힘에는 2040 젊은 세대들이 대거 입당했다. 신규 당원 20여만명 중 절반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보수인 ‘60대 영남 남성 당원들’과 성향이 다르다고 한다. 홍 후보는 최근 젊은층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젊은 당원들에게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홍 후보 측은 기대하고 있다. ‘당원·대의원 투표’가 1·2차 컷오프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현역들의 당원 장악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과거엔 대의원·당원의 30~40% 가량은 현역과 당협위원장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현역과 당협위원장 숫자에선 윤 후보가 압도적이다. 홍 후보는 현역 의원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현역 파워에서는 윤 후보가 월등하다는 결론이다. 윤 후보는 ‘줄세우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현역 의원들을 계속 영입하고 있다. 현역들이 움직이면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윤 후보가 홍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대표 선거 때 현역 파워를 믿었던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바람을 탄 이준석 대표에게 밀리지 않았느냐”며 “현역 파워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마지막 변수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핵심 당사자로 떠오른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다. 손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을 지내면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을 고발 사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손 검사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손 검사가 공수처 뜻대로 구속됐다면 윤 후보에겐 또 다시 큰 악재가 됐을 것이다. 불안한 윤 후보보다는 홍 후보를 밀자는 여론이 커졌을 수 있다. 하지만 영장이 또 다시 기각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윤 후보가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윤 후보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