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을 제막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권 들어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깜깜이 예산’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청와대 상납 논란이 일었던 ‘특수활동비’에 해당하는 ‘안보비’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안보비 사용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민간 연구 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의결된 정부의 ‘2020년 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정원의 비공식 예산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총 1조7882억원이 편성됐다. 연평균 5961억원으로 박근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2014~2017년(4876억원)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잡혀 있는 ‘국가 안전보장 활동 경비’ 등을 국정원의 비공식 예산으로 봤다. 연간 5000억원대에 이르는 이 예산은 국정원이 대부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을 보면 국정원 공식 예산은 전년 대비 564억원 증가한 7460억원이 편성됐다. 정치권은 여기에 비공식 예산 등을 더하면 국정원 한 해 예산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정원은 예산 증액과 관련해 “대내외 안보환경 변화와 사이버 안보 위협 대응, 과학정보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 등에 쓰이는 ‘안보비’ 예산은 올해 8312억원이 편성됐다. 문재인 정부 5년(2018~2022년)간 총 3조2743억원으로 연평균 6549억원꼴이다. 박근혜 정부 4년(4822억원) 예산보다 35.8%가 늘었다. 국정원은 2017년 말 ‘국정원의 청와대 특활비 상납 논란’이 불거지자 특활비 이름을 안보비로 바꿨다. 안보비 집행과 관련해 근거 서류를 남기도록 하는 내부 지침도 만들었지만 실제 집행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안보비는 국정원 전체 인건비와 시설비, 사업비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특수활동 목적의 예산을 의미하는 일반 부처의 특활비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국정원 안보비는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고, 국회 정부위에 예산 편성 및 집행 보고 등 전 과정에서 감독을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