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당선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인사를 발표하며 “윤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한은 총재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에서 발표 10분 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며 갈등을 빚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성사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 발표 직후 “한은 총재 인사는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 4년 대부분을 보낼 한은 총재를 지명하면서 당선인 측과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인사 협의 여부를 두고 온종일 진실 공방을 벌였다. 장제원 실장은 이날 청와대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철희 정무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하길래 내가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 그게 끝이다.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의견을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윤 당선인 쪽에서도 이창용 국장에게 한은 총재를 할 의사 있느냐고 확인까지 한 것으로 안다”며 “윤 당선인 측이 이 국장이 한은 총재로 좋다고 했고, 그래서 발표하겠다고 하니 (장 실장이)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이철희 수석이 장제원 실장에게 한은 총재 후보로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는 두 사람(이 후보자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며 “‘둘 중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창용’이라고 (답을)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 당선인 측과) 진실 공방을 벌일 생각이 없다”면서도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협상 내용을) 다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뭘 공개할지 모르겠지만,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에서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하지만, 윤 당선인이 국민한테 약속한 것(집무실 용산 이전)을 거부하고 궁극적으로 의도를 가진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진정으로 만나자고 하는 게 맞는 것이냐”며 “만나서 사진 찍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