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친명(親明·친이재명)계와 친문(親文)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친명계는 송영길 전 대표를 내세우는 반면, 친문계와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배후 총감독 역할을 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8월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측근 그룹 ‘7인회’의 멤버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은 29일 지방 사찰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찾았다. 정 의원은 이재명계의 좌장격이고, 김 의원은 이 전 지사의 수행실장을 했던 측근이다. 두 사람의 이날 방문은 사전에 이 전 지사와도 얘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 전 대표가 머문 경북 영천 은해사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대표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 대표로서 헌신하고 희생했던 점들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지자의 울분과 안타까움을 추스르고 모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분, 나아가 부동산 등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분이 그 역할을 한다면 선거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송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당내 친문계와 86그룹은 반발했다. 친문계인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이름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거물이 몇 분 계신다”라며 “송 전 대표만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86그룹인 우상호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확하게 여론조사를 해서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당 지도부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며 “친소 관계를 따지거나, 신세를 졌다고 해서 특정인을 미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기고 자기들은 정작 서울시장도 당대표도 가져가겠다는 어이없는 계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문, 86그룹은 이낙연 전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한다. 이 전 대표는 오는 6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서울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종로가 지역구였던 이 전 대표 추대론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당 차원의 중론이 모이면 미국행 대신 출마를 고려해 볼 수 있진 않겠나”라고 했다. 86그룹에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 대신 임 전 실장 출마론이 나온다. 임 전 실장 본인은 아직 정치 재개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경기지사 후보에 대해서도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자주 거론하고 있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나오면 지금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로는 결과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며 “유 전 의원과 같은 경제통인 김동연 대표가 좋은 맞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제안한 합당을 수용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기지사 후보가 친명계 뜻대로 선출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이 전 지사의 8월 당대표 선출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친명계가 당내 요직을 모두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하게 당권은 친문계에서 친명계로 교체된다.

충북 지사 후보를 놓고도 친문계와 친명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친명계인 곽상언 변호사가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알려졌다. 곽 변호사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일찌감치 이 전 지사 지지를 선언하고 선대위 대변인도 맡았다. 역시 이 전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꼽히는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는 이날 노 전 실장을 비판하며 “국민의힘 후보이신가 했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