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29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해 “인수위가 여론 대응이나 국민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슈를 캐치하는 것에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안철수 위원장이 들어서면서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인수위가 됐다. 그런 점에서 혼란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보수랑 태극기부대랑 같으냐”는 비유를 들면서 “전장연이 하는 행동이나 위법 시위가 많은 장애인들의 의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피곤해 보였다. “여당 대표가 된 소감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여당 대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대선을 거치며 호르몬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다. 대선 직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대선을 치르며 체중이 4~5㎏ 정도 늘었다”고 했다.

-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판세는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전국 판세가 어떻게 가느냐에 달려 있다. 대선 직후부터 민주당 쪽에서 굉장히 조직적인 공격을 가해오고 있다. 지금 서울에선 오세훈 시장의 개인 경쟁력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경기나 인천에서 우리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고, 유력한 후보가 아직까지는 대두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 한다."

- 이재명 전 후보가 지사직을 맡았던 경기도가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인데. "경선을 해서 경쟁력이 강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 때의 표차보다 우리가 훨씬 선전할 거라 기대한다."

지난 대선 때 경기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5.6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0.94%를 각각 득표했다.

- 경기도에서 대선 때보다 더 나은 스코어가 나올 것이라고 보나. "대선 때는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에서 정치를 했던 이력도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치러지는 선거니까 우리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 최근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보다도 안 나오는데 걱정은 없나. "인수위 쪽 일에는 거의 개입을 안 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바로 있다 보니 인수위가 민주당 쪽에서 굉장히 강한 공격을 받는 것 같다. 인수위에서 여론 대응을 하는 것이나 국민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슈를 캐치하는 것에 조금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인수위에 아쉬운 점이 있나.

아쉽다기보다는…. 당과 인수위가 결속해서 움직이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서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돼 각자 일을 하는 방식이 있는데 지금은 후자다. 그렇기 때문에 인수위의 여론전에 당대표로서 한두 마디 얹는 거 외에는 도울 방법도 없다. 책임과 권한은 같이 가기 때문이다. 내가 인수위 상황을 더 잘 알면 더 큰 책임을 갖고 다가갈 것이다. 다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인수위 내부도 안철수 위원장이 들어서면서 예전과는 약간 다른 형태다. 그런 점에서 어떤 혼란이 좀 있는 것 같다.”

- 예전과 다른 형태의 인수위라는 건 어떤 말인가. "인수위원장이 사실 우리 선거 캠페인에 큰 기여를 한 게 아니잖나. 마지막에 합류했을 뿐이지. 그러다 보니까 그런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는 게 인수위에서도 난항이 있는 것 같다."

-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 인해 당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인가. "그래도 부위원장이 권영세 의원이기 때문에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돼 있다. 다만 권영세 부위원장도 한 일주일 정도 코로나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황 속에서 당과의 소통이 쉬웠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공직 후보자 역량 강화 평가(PPAT)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른바 ‘공천시험’으로 불리는 제도다. 이 대표는 이 PPAT가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의힘의 대표 어젠다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공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못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민주당에서 하겠다는 무슨 청년 할당 이런 것보다는 능력주의에 기반해서 훨씬 더 강제적이지 않은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데 이것도 못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면 그때부터는 난장판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계속 말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 공개된 PPAT 강의 영상을 보니 능력주의라고 보기엔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함량 미달자를 걸러내자는 의미인가.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함량 미달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 정도 난이도를 갖고 어렵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그게 지금 우리 대한민국 지방선거의 문제다."

- 이 대표는 지방선거에 나오는 정치인들 중 함량 미달자가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갖고 있다. 국민들은 본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본인을 대표한다 했을 때 굉장히 기분 나빠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과 기준의 상향은 꼭 진행되어야 한다."

- 민주당에서는 대선 막판부터 중대선거구제 등의 정치개혁 어젠다를 들고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정치 개혁 어젠다는 자격시험으로 대표되는 건가. "지금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것을 제대로 관철시키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이런저런 특수성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사정'이 있다는데, 지역에 뭐 대단한 사정이 있겠나. (국회의원들이) 그냥 내 사람 공천하고 싶다는 걸 그렇게 돌려 말한다.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 정당이 큰 의미가 없다."

-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 선거도 이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공천룰을 두고 갈등도 겪었는데. "대구시장이 누가 되든지 간에 공천을 룰에 따라 하면 된다. 이번에 김재원 최고위원이 본인이 출마할 대구시장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산점 규정에 대해 최고위에서 언급한 건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 김 전 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 홍준표 의원과의 갈등을 "내가 정리할 문제"라고 하던데, 정리가 됐나. "정리를 어떻게 하겠나. 솔직히 말해 (최고)위원직 사퇴하고 도망간 것 아닌가."

-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다고 보나. "아직 사람 이름들도 확실하게 나오지 않아 매치업을 예측할 수 없다.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관점이 많이 달라진다."

이 대표는 ‘결국 누가 나오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보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여론 지지세와 상관없이 여야 후보군의 면면이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윤 당선인의 최근 지지율이 역대 당선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여론의 평가는 올라가는 형태도, 내려가는 형태도 있다”면서 “취임 시점 지지율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최근 민주당은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으면서도 패배한 정당 같지 않은 분위기다. "그렇다. 본인들이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에 대해서도 세게 태클을 거는 것 같다. 글쎄,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무슨 '1번남, 2번남' 이야기하며 젠더 갈라치기 해놓고는 그게 앞으로 본인들의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굉장히 불건전한 정치를 시작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 민주당은 '개딸' 이슈 등을 공략하며 20대 여성 민심을 끌어오는 데 주력하는 걸로 보인다. "(민주당의 태도가) 정상적인 게 아니잖나. 여성에 대해 굉장히 폭력적인 언사를 사용해 유명한 사람을 두고 아버지와 딸 관계를 묘사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40%대의 20대 여성표를 받았다. 아마 오 시장이 국민의힘 정치인 중에 제일 여성표 받기 좋은 분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였다. 당시 선거에서 여성의당, 기본소득당 같은 여성주의 표방 정당들이 20대 여성 표를 15% 가까이 가져갔다. 그 표들이 이번에 이재명 후보에게 옮겨간 것이다. 논리적인 설명은 안 된다. 이재명과 민주당에 영속적인 지지로 가긴 어려울 것이다."

- 이재명 전 지사의 조기 등판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관련해서 굉장히 센 의혹들이 있으니 거기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에 출마해야 하는 상황 같다."

- 윤 당선인을 두고 '협치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은데, 협치와 통합에는 이 대표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나. "작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정국을 주도하려면 이슈 파이팅을 잘해야 한다. 우리 당이 지난 대통령 탄핵 이후에 어떤 어젠다로 선거에 임할지, 어떤 정책으로 경쟁할지 익숙하지 않았다. 대선 때야 '정권교체' 네 글자만 있으면 됐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어젠다 발굴과 함께 그런 걸 밀어붙일 팀워크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좀 우려스럽다."

- 최근 전장연 시위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지방선거 대비 차원의 이슈 파이팅인가. "선거와는 관련 없다. 전장연 시위는 대선 전부터 몇 달간 이어져왔다. 서울 시민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출퇴근 장소가 왜 시위의 장(場)이 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전장연은) 이동권 시위라고 하지만 이동권과는 관계없는 내용이 많다. 이런 모순을 지적하는 거다."

- 이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겐 '이준석이 장애인들과 싸운다'는 인상을 주는 것 아닌가. "보수랑 태극기부대랑 같나. 물론 사람들은 태극기부대를 보고 보수에 대해 실망하긴 할 거다. 전장연이 장애인들에 대한 대표성이 있는지(의문이 든다). 전장연이 하는 위법 시위 등이 장애인들의 의사는 아닐 것이다. 그 둘은 정확히 분리해야 한다. 또 '장애인을 싫어한다' '흑인을 싫어한다' 이렇게 말한다면 혐오겠지만, 전장연을 싫어한다는 것은 혐오가 아니다. 히틀러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히틀러를 싫어하는 거지, 이게 인류를 싫어하는 건가."

- 전장연 관련해선 당내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고립되는 모양새 아닌가.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당에서 꼭 한 번씩 툭 던지고 가는 분들이 있다. 우리 당의 전직 원내대표도 한 분 계시고. 그냥 시간 되면 나오는 분들이지, 갑자기 날 고립시키겠다는 건 아닐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3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위법한 시위활동은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의 생존이다. 폄훼, 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이 대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 굳이 이 시점에 전장연 문제를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이유는 뭔가. "이분들이(전장연) 원래 대선 전에도 지하철에서 시위를 했는데, 그 방식이 출입문에다가 휠체어 끼워 넣기 같은 식이었다.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족의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는 시민한테는 '버스 타고 가라'고 해서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대선 기간에 중단했다. 그런데 이런 시위를 대선 끝나자마자 또 시작했다. 공교롭지 않나. 대선 때 왜 그만뒀겠나. 본인들이 선호하는 진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으니 중단한 것 아닌가."

- '이준석은 항상 약자만 공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2년에 정치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들이받은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대통령 진급 예정자'셨다."

- 앞으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건건이 강경 모드로 맞설 분위기인데, 그때 이 대표는 무슨 일을 할 건가. "임기응변이다. 상황에 맞게, 시점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 역할을 규정해봤자 민주당에 예고하는 것밖에 안 된다."

- 민주당과 맞서 싸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가지고 있나. "민주당에 박홍근 원내대표가 선출됐기 때문에 원내 전략이 뭔지 좀 봐야겠다. 특히 공동비대위원장이라는 분들은 뭐 대단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켜봐야겠다."

- 대선 당일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 이 대표의 굳은 표정이 화제가 됐었다. 개표 하루이틀 전 방송에 나와 이 대표가 언급했던 수치와 실제 득표율은 차이가 많이 났다. “나중에 확인된 거지만 그때 이미 코로나가 걸린 상태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출구조사 보고 놀랐다고 하는데, 원래 출구조사 결과는 많게는 10분 이상 일찍 알려지기도 한다.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3월 3일 안철수 후보가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구도가 정리됐는데, 그게 굉장한 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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