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에 관한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이 나날이 새로운 의혹을 낳으며 확대되고 있다. 정 후보자를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일약 대선주자로 도약했고, 대선 슬로건도 ‘공정과 상식’이었다.

일각에선 ‘조국 사태 시즌2′란 조롱이 나왔다. 조 전 장관 딸 케이스와 비교했을 때, 각각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과 ‘의대 편입’이라는 절차만 달랐을 뿐, 입시 스펙을 쌓는 과정, 당사자 해명, 임명권자의 입장 등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왼쪽)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고운호 기자, 뉴스1

◇스펙 위한 봉사활동, ‘부모 직장’에서

정 후보자의 딸(30)과 아들(32)은 2015~2016년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처장(부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2017년과 2018년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 각각 합격했다. 편입학 서류평가에는 경북대병원 봉사활동 점수가 반영됐다.

당시 경북대 의대 편입은 다른 대학과 달리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 없이 학점, 영어성적, 면접, 구술고사, 봉사활동 등을 평가해 당락을 결정했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고위직으로 있는 병원에서 편하게 ‘봉사 스펙’을 쌓은 뒤, 그 대학에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스펙 쌓는 법도 이와 비슷했다. 조민씨 역시 어머니가 재직 중인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동양대 표창장을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에 활용했다. 조민씨는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에 MEET 점수가 필요 없는 수시 일반전형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부산대는 조민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입시 위해 ‘논문’은 필수

정 후보자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 입시 때 제출한 논문 저자 등재 이력도 조민씨 사례와 빼닮았다.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전자공학과 재학 당시와 졸업 직후인 2015년 8월부터 2016년 8월 사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두 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논문 두 편은 ▲'사물 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과 ‘사물 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이다.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자기기술서에 “제가 의학 연구에 뜻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로젝트 초반에 직접 참여했다”고 했다. 이는 경북대 의대 편입을 미리 염두에 두고 연구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몇 달 후, 정 후보자 아들은 해당 논문을 경북대 의대 입시 스펙으로 활용했다. 해당 논문 2편에서 정 후보자 아들은 유일한 학부생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공동저자는 교수, 석·박사였다.

조민씨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인 2007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을 한 뒤, 1급 학술지에 게재된 소아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됐다. 조민씨는 해당 논문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입시 때 제출했다. 그러나 해당 논문 공동저자였던 현모씨는 법정에서 “조민씨가 연구에 쓰인 실험의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없었고, 조민씨가 실시한 실험 결과도 논문 작성에 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대법원은 현씨의 진술을 토대로 조민씨가 논문 작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해명 기자회견 열어 의혹 否認으로 일관도 닮은꼴

본인의 당당한 태도도 닮은 꼴이다. 정 후보자는 17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몹시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이후 45분간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그 학교에 있다고 해서 아들딸을 꼭 다른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 편입 시험 과정에 대해 “청탁 등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고, “자원봉사는 누구나 신청하면 별도 제한이 없다”고 했다. 아들 논문에 관해선 “당시 아들 지도교수와 친분 관계가 없고, 지도교수는 저와 아들의 관계를 몰랐다”고 했다.

조 전 장관도 그랬다. 법무장관에 지명된 뒤 2019년 9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자녀들의 입시 의혹에 대해 9시간 넘게 부인(否認)으로 일관했다. 고1이던 조민씨가 인턴 2주만에 논문 1저자가 된 데 대해 “저도 좀 의아하다”면서도 “딸이 열심히 했다”고 했다. 논문 교수와 ‘자녀 인턴 품앗이’를 했단 지적에 대해선 “(해당 교수와) 전화번호 모르고 연락한 적 없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학부형 모임에서 자주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 전 장관 자신이 교수로 있던 서울대의 환경대학원에 다니던 조민씨가 2연속 장학금을 받은 데 대해서도 “딸이 신청 않고, 청탁도 안했다”고 했다.

◇ 文 “의혹만으로는”…尹 “부정의 팩트, 확실히 있어야”

논란에도 밀어붙이는 임명권자의 태도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혹만으로는 낙마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물러나고도 수사와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제는 국민도 조 전 장관을 놓아주자”고 했다. 또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정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전인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23쪽 분량의 해명 자료집을 언론에 배포한 뒤,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의혹에 대해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 후보자를 감쌌다. 윤 당선인은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고 임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당정에 지지자까지 똘똘 뭉쳐 결사옹위에 나섰던 조 전 장관 때와 달리,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과 인수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