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저지를 위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8일 0시를 기해 자동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민주당 김종민, 국민의힘 김웅, 민주당 안민석, 국민의힘 김형동,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순서로 발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안민석 의원을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첫 주자로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11분쯤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오후 7시 13분쯤까지 약 2시간 가량 검수완박법 반대 토론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기만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며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에,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 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느냐. 검찰 길들이기가 실패하니까 이제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은 여야 합의보다 무겁다”며 “민주당의 재협상 거부는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만의 정치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대통령 권력으로 간신히 틀어막고 있었던 지난 5년 동안의 부정부패 실체가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해당 발언에 반발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그렇게 당당하고 떳떳하고 부정 비리가 없었다면 수사권을 뺏지 말고 그대로 두시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권 원내대표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누가 감옥에 갈 사람인지 말씀 좀 해달라. 20명을 국민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라며 “검찰을 수사 기관이 아닌 수사 불능 기관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검수완박의 본질이자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에 이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검수완박’ 입법 찬성 토론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나중에 구속될 게 두려워서 (검수완박을) 한다는 건 가짜뉴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그 법 가지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정권이 하고 싶다고 해서 몇십명씩 잡아,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본질은 ‘모든 수사는 민주적으로 통제 받아야 한다’라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도 통제받아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수사는 개인의 선의와 관계없이 타락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검찰을 향해 “국민의 절반이 ‘나쁜 놈’이라고 하는 공직이 있는가”라며 “대한민국 절반이 갈라져 비토하고 탄핵하는 공직(검찰)은 없다”라고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윤석열 검사’를 중용한 게 문재인 정부 잘못의 시작”이라면서 “검사의 잘 드는 칼을 적폐청산에 써먹고 가자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윤석열 사단과 친한 특수부 검사들이 요직을 장악하도록 우리가 허용해줬다. 인간을 믿고 초과 권력을 주면 반드시 그 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고 했다.

민주당의 첫 필리버스터 주자인 김 의원은 1시간15분 가량 검수완박법 찬성 토론을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세 번째 주자로 나서 오후 8시30분부터 2시간50분 가량 반대 토론을 했다.

김 의원은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에 국회는 고작 검수완박이라는 해괴한 푸닥거리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검찰 선진화니, 수사·기소 분리니 다 거짓말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산자부 원전비리, 울산시장 개입사건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하는가.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을 감싸고 있는 것은 공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8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할 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뒤따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주자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자정까지 약 37분 간 검수완박법 찬성 토론을 했다.

안 의원은 정유라 입시비리 의혹을 알린 후 기획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박근혜) 청와대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안민석, 1억원 받았다’(라는 메모가 있었다) 이 메모는 수원지검으로 넘겨졌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수원지검은 그해 8월 버스업체 사장을 소환했다. 그런데 버스업체 사장이 소환당한 곳은 수원지검 특수부였다”면서 “왜 자그마한 버스업체 사장을 특수부에서 소환했겠나. 안민석을 잡자는 것이었다. 기획수사의 마각이 시작된 것이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버스업체 사장은 검찰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았고 양심을 지켰다. 그 대가로 횡령으로 구속됐고 벌금과 추징금 57억원을 냈다”면서 검수완박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 소집 공고를 한 새 임시국회 회기는 30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새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국회 171석을 가진 민주당만 찬성해도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다.

민주당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곧바로 또 다른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