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정회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 관련, “송구스럽다”면서도 “도덕적, 윤리적으로 떳떳하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3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과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을 집중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들께서 불편하셨다면 매우 송구스럽다”면서도 “제기된 의혹들 전부 근거가 없고 도덕적·윤리적으로 떳떳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후 7시쯤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파행했다.

정 후보자를 주요 낙마 대상으로 꼽아온 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들은 이날 청문회 내내 사퇴 의향을 물으며 압박했다. 고영인 의원은 이날 오전 사퇴한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며 “이렇게 버티는 이유가 협상용으로 마지막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사퇴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병원 의원도 정 후보자를 “제일 핫(hot)한 분”이라 소개하며 “윤석열 당선인 지지율을 까먹고 있는데 임면권자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 언제 사퇴할 계획이냐”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 질의에 대한 정 후보자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의사 후배라고 생각해 이렇게 태도가 당당하냐”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여러 의혹들과 관련,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 내용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며 “국민들께서 불편하셨다면 굉장히 송구스럽다는 말로 사과를 대신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채 잘못된 사실로 국민들 눈높이가 맞춰졌다”며 “63건이나 되는 의혹들에 대해 세세히 밝혔고, 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지기(知己)가 맞느냐’는 질의에는 “(당선인이) 대구 발령을 받고 1년에 두어 번씩 만났다”며 “40년 지기는 잘못된 말”이라고 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 후보자는 경북대 부원장·원장 시절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한 의혹 등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하며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대하고 싶다”며 “자녀 본인들의 선택이었고 아이들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부끄러워서 다른 교수들에게도 (지원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아빠 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는 구조이고, 성인이 된 아이들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부모로서 뭐라고 하긴 곤란했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제2의 조국 사태’라는 민주당 서영석 의원 지적에는 “다른 분이랑 왜 비교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 아들이 2010년 첫 병역판정 검사에서 현역 판정(2급)을 받았지만 5년 뒤 경북대병원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점도 문제 삼았다. 남인순 의원은 2019년 정 후보자 가족이 일본 여행을 간 기록과 관련해 “반일(反日) 감정이 높았던 ‘노재팬(No Japan)’ 시기에 아픈 몸의 아들을 이끌고 일본에 가는 게 적절한 것이냐”고 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신체 내부 모습이 드러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료 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했던 아들의 자기공명영상(MRI)도 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쯤 “더 이상의 청문회가 의미가 없다”며 집단으로 퇴장했다. 고민정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이 입시를 치른 2017·2018년 자기기술서가 오탈자까지도 똑같은데 동일한 서류로 한 해 사이 40점이 올랐다는 것은 주관적 개입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김성주 의원은 정 후보자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렇게 의혹이 많고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 기피하는 후보도 처음”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밝힐 수 있는 것이 더 없고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라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정 후보자 자진 사퇴 요구 목소리가 나왔던 국민의힘에서도 김미애 의원이 “위법성은 없어 보이지만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