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대선 패장(敗將)이 두 달 만에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서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후보를 지낸 인사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가장 안전한 지역’을 골라 나오는 것이 무슨 명분이 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본인 수사 ‘방탄용’으로 국회의원직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지지층과 당의 요구’에 불려 나오는 모양새를 갖추며 총괄상임선대위원장까지 맡아 선거판 전체를 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전 지사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공천하기로 의결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 전 지사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 전 지사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 이례적인 이른 복귀를 두고서는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당초 보궐선거 출마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에 이어 당 지도부에서도 강한 요구가 있었다”며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지사가 이번 보선으로 원내에 진출해 당의 기반을 쌓고,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아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로 조기에 ‘무혈입성’해 당 주류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대선 때 이 전 지사 주변에서는 ‘비주류 출신’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로는 지도부가 책임질 만한 선거도 없기 때문에 이 전 지사가 시간을 들여 당 기반을 닦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방탄용 금배지’를 얻기 위한 출마”라며 공세를 폈다. 이 전 지사가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성남 FC 후원금 수사 등을 회피할 목적으로 출마했다는 주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防彈)하려는 것 아니냐”며 “대선 과정에서 분당·성남·경기도와 맺은 인연을 강조한 이 전 지사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나”라고 했다.

이 전 지사는 대선 때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자신의 대표 업적으로 추켜세웠다. 그런 정치적 자산을 뒤로하고 계양을을 택한 것은 ‘당선 가능성’만 따랐다는 지적이다. 계양을은 16대 총선부터 단 한 차례(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경제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해 ‘이재명 저격수’로 불린 윤희숙 전 의원의 ‘자객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전 의원은 통화에서 “큰 판이 벌어진 계양을에 이준석 대표나 안철수 위원장이 나가야 한다. 못 나가겠다면, 당이 요청할 경우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이 전 지사의 등판으로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2라운드 형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후보(이재명)와 당대표(송영길) 등 지난 대선의 주역들이 다시 선대위원장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상황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이렇다 할 평가도 없이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지사와 송 전 대표 등이 ‘정치 문법’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한 만큼 결과로 책임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