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검경 수사를 ‘여권의 정치 공세’로 몰아가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4일에는 “모든 영역, 모든 방향에서 최대치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8·28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계산에서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민주당 내에선 “정말 당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4일 제주상공회의소 회의장에서 열린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날 제주에서 당원, 지지자들을 만나 자신을 향한 수사와 관련해 “가끔 지치기도 한다. 저도 인간이고 가끔은 이 전쟁터로 끌려 나온 가족을 생각하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고 했다. 현재 검경은 이 의원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김혜경씨 사건에 대해선 8월 중순쯤 마무리하겠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김씨를 곧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그러다가도 함께해 주시는 동지 여러분들이 꽤 많다. 이런 분들이 함께해 주시는 것을 보면 잘 왔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전날에도 이 의원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내에서도 본인 수사를 ‘사법 리스크’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쓰는 공격적 언어를 우리 안에서 듣는 것이 서글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에 영향을 주고 특정 세력의 정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6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이후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언론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해왔지만, 최근 들어 수사가 속도를 내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 의원이 3월 대선 패배 이후 당내 반발에도 야당 텃밭인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라며 “친문에 늘 당해온 이 의원이 빨리 복귀해 당을 장악하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서조차 이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 당대표 출마가 ‘방탄’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진실이 뭐든 이제는 정쟁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 말이 거칠어지는 것은 불안감에서 나오는, 당을 향한 신호”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4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분향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모든 영역, 모든 방향에서 최대치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저도 인간이라 가끔 지치기도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비명계에선 최근 김혜경씨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조사를 받던 참고인이 숨지는 등 이 의원 수사와 관련한 ‘사고’가 잇따르자 “이러다 진짜 큰 게 터지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이 의원이 이들에 대해 “관련 없다”거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가, 뒤늦게 운전기사 등으로 밝혀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하고 있다. 이 의원에게 맞선 당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은 “불과 며칠 전에는 본인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해명하다가 ‘배우자 차량 기사다’ ‘선행 차량 기사다’ 등으로 말이 바뀌고 있다”며 “이런 식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키울 뿐이다. 국민 상식에 맞는 진솔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이 핵심은 피하고 ‘야당 탄압’ ‘정치 개입’ 프레임만 짜려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자꾸 꼬이기만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나오면 당이 쪼개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의원 169명 중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정치 리스크로 커지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설 의원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수사에서 뭐가 나올 수가 없다”며 “우리는 떳떳하다”고 하고 있다.